여전히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민심이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후보로선 역사인식 논란이 더는 불거지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지만, 민심의 변화 여부는 알 수 없다.
일단 박 후보가 전향적인 역사인식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박 후보가 국민의 요구에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표의 확장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40대에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인혁당 사건 유족들은 “명확하게 진정성 없는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4·9 평화통일재단 안주리 사무국장은 “여론과 지지율이 떨어지고, 코너에 몰리는 상황에서 나온 입장발표는 매우 정치적 발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최근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심상찮다.
과거사 논란으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제동이 걸린 데다 무소속 안 후보의 등장으로 대세론이 무너진 상황이다.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모두 역전을 허용했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41.2%로 안 후보(49.9%)에게 오차범위를 넘어선 8.7% 포인트차로 뒤졌다. 특히 40대의 지지율에서 안 후보가 57.1%로 박 후보(31.3%)를 훨씬 앞질렀다.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는 45.0%로 문 후보(45.9%)를 앞서지 못했다. 국민일보와 월드리서치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서도 안 후보가 49.9%를 얻어 박 후보(45.1%)를 앞질렀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은 초박빙이었다.
박 후보는 다자대결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박 후보로선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추석 민심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대선전을 치러야 한다. 지금 박 후보는 선두가 아니라 뒤져 있다고 봐야 한다”며 “추격하는 자세를 갖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민심의 또 다른 변수는 인선이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에 어떤 인사가 포함되느냐가 중요하다. 비박 인사들이 포함된 화합형 인선이 이뤄져야 과거사 사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친박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인선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화합형 인선의 핵심도 박 후보다. 비박 인사들이 들러리 느낌을 갖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활동과 중앙선대위 인선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다면 박 후보는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며 “대선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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