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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중앙도서관 어린이열람실에서 열린 북스타트 ‘감성쑥쑥 책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유아와 어머니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지난 2일 대구시 중구 대구시립중앙도서관 3층 제2강좌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북 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19개월에서 28개월 사이의 아이들이 엄마 무릎에 앉아 ‘친구를 보내주세요’라는 동화책 내용을 듣고 있다. 자원봉사자인 강사가 동화책에 등장하는 사자와 개, 말 등을 가리키며 “이것은 무얼까요”라고 묻는다. 아이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허흥! 멍멍! 히힝! 등 동물소리를 흉내내며 까르르 웃는다. 그것도 잠시. 이제야 말문이 트인 아이들은 강좌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혼잣말로 떠들지만 누구도 막지 않는다. 강사가 “이번엔 원숭이가 나왔네요”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다시 쪼르르 쫓아와 엄마 무릎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기 때문이다. 1시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부모 모두 밝은 표정이다.
읽기보다는 함께 놀이하듯
글을 모르는 영·유아들도 어른 못지 않게 책을 좋아한다.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게 골라준 책은 영·유아에게 좋은 놀이가 된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좋지 않다. 영·유아에게는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거나 옹알옹알 소리를 따라하는 그들만의 문자와 언어가 있다. 이 단계를 충분히 즐긴 후 글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영·유아시기에는 책과 함께 할 공간이 필요하다. 빛이 잘 들어오는 방에 커다란 방석을 깔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해야 한다. 눈에 잘 띄도록 책을 모아 세워놓거나 바닥에 펼쳐 놓으면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갖고 놀기 시작한다. 집에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편하게 쉬며, 책을 갖고 놀 수 있는 영·유아 전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집에 누워있거나, 앉아 있거나 또는 목욕을 하면서, 유모차를 타고 가면서도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부모의 책 읽는 소리는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독서의 긍정적 측면을 온몸으로 느끼고 깨닫게 해준다.
6개월 미만 영아는 헝겊이나 비닐로 된 책이 좋다. 서툴기는 하지만 손을 뻗어 물건을 잡으려 하는 만큼 손에 잘 쥐어지고, 입에 넣어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책을 골라야 한다. 6개월에서 12개월 미만의 영아는 책을 찢는 대신 책 속의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 책 읽기도 “아가, 여기 보자, 뭐가 있니? 맞아, 잘하네”라며 응답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면 책을 학습이 아닌 놀이로 인식하게 된다.
18개월 이후부터는 말문이 트이고 사물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동물, 좋아하는 인형, 인기 만화 주인공 등 친근한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책이 생겨 늘 그 책을 보고 싶어한다. 이 때부터는 책속의 그림을 보고 이름 알아맞히기, 행동이나 소리 따라하기를 좋아한다. 책속의 단어나 짧은 문장을 자녀와 함께 읽어가면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자녀의 연령단계보다 어려운 책을 읽어주게 되면, 오히려 책읽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연령 맞는 책 조금씩, 즐겁게
최근 영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독서지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07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북 스타트’ 프로그램은 1∼7세까지 영유아를 위한 독서지도 프로그램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시립도서관 9곳에서 북 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북 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영·유아, 월령·연령에 맞는 그림책과 독서정보가 포함된 가방 꾸러미(북 스타트 꾸러미)가 무료로 제공된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강좌에서는 그림책 읽어주기, 동화 속 역할극 참여 등 독서와 놀이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북 스타트 참여를 희망하는 부모는 건강보험증 또는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 도서관을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영유아 독서 프로그램 참가를 희망하면 각 도서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꼼꼼하게 비교하고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 신청하면 된다.
심창희씨(36)는 북 스타트 프로그램 열혈팬이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아이를 시작으로 6세인 둘째, 막내(3세)까지 모두 북 스타트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심씨는 “책을 읽기보다는 함께 놀아주려고 해요. 북 스타트 프로그램에서 배운 팁(Tip)”이라며 “그 덕분인지 저희 집 아이들은 모두 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책읽기는 어휘력이 풍부하고 뛰어난 표현력과 소통 능력을 가진 아이, 창조적 상상력이 넘치고 다른 아이들과 잘 협력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시킨다.
북 스타트 강사 최진이씨(44)는 “미취학 자녀와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독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자녀의 연령에 맞는 책을 고른 후 조금씩, 짧게, 즐겁게 읽어주며 독서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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