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재생, 해법을 찾아서 .5] 주민 참여가 성공 열쇠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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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5   |  발행일 2013-11-25 제3면   |  수정 2013-11-25
전문과정 교육 받은 주민, 생활의 터 직접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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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남구 대명동 대구고등학교 벽면이 ‘문화·예술 생각대로’사업 중 하나인 대구고옹벽디자인 개선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볼거리로 거듭났다. 지역 청소년 228명이 2·2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담아 타일로 벽면을 꾸몄다.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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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맛둘레길’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대구시 남구 대명동 별자리체험학습장을 찾은 시민들이 광섬유를 활용해 연출된 우리나라 계절별 별자리를 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 남구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기본은 주민 참여다. 주민들에게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토론을 거쳐 사업으로 연결되면서 남구를 경쟁력 있는 활력도시로 만들고 있다.

남구청은 도시가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민 조직과 함께하는 참여제도에 대한 기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했다.

먼저, 뜻을 같이하는 주민 30여명이 도시재생사업의 의미와 실행방법을 배우기 위해 2009년과 2013년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대학에 참여, 이론과 실제 사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8주에 걸쳐 이수했다. 또 대구시와 남구가 함께 주관하는 주민참여 도시학교에 4차례에 걸쳐 주민 30여명이 도시재생교육을 받았다.

주민과 전문가·지자체의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 주민들은 ‘좋은 이웃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좋은 이웃자문단’은 사업의 전반적인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남구청은 협의체와 자문단 등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행정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를 구성·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사업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남구의 사례는 어떤 방향으로 도시재생이 진행되어야 할지를 보여주는 모범답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구 주민 30여명 참여
도시대학 과정 등 거쳐
전문가들은 멘토 역할
지자체도 행정지원 활발

앞산맛둘레길 사업 성공
상권도 다시 살아나
우범지역 오명 보행터널
별자리 체험장으로 변신



임병헌 남구청장은 “앞산맛둘레길과 ‘문화예술 생각대로’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남구에도 활력이 생겼다”면서 “지난 7년간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꿈을 실현시킨 결과가 이제야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도 관 주도의 일방적인 도시건설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남구건설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앞산 맛 둘레길 조성사업

2014년까지 100억원이 들어가는 ‘앞산맛둘레길’조성사업은 지난 8월 토목·조경·경관개선 사업이 완료됐다. 차도 폭을 3m로 축소하고 보행공간을 최대 10m까지 확보했으며, 한전지중화사업으로 거리가 더욱 깨끗하게 변했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2단계 경관개선사업은 지난 5월 준공됐으며 다양한 휴식공간과 문화시설조성으로 쇠퇴한 지역 상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범지역으로 외면당하다시피했던 보행터널을 광섬유를 활용한 별자리 체험학습장으로 조성한 점은 눈에 띄는 성과다. 주민과 전문가·행정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룬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남구청이 주민주도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간판 개선사업이다. 간판은 크고 색상이 강하면 손님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서로가 경쟁하듯이 수량을 늘리는 데 몰두했다. 이러다 보니 가로 경관이나 미관이 훼손되고 상당수 주민들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반면, 영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점을 깨달은 업소들이 간판 수와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된 간판으로 바꾸면서 매력적인 공간 만들기에 앞장섰다.

남구청 도시경관과 박민경씨는 “인도가 확장된 공간에는 나무와 꽃으로 가꾼 산책로, LED조명 및 고상식 인도를 설치해 사계절 꽃이 피는 명품 휴식 공간, 산책 녹색 공간, 자연 학습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가로변 벚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어우러진 숲 터널 속 워킹로드 조성과 화단 및 조경수 식재로 사람에 대한 배려를 중시한 녹지 공간은 구민들은 물론, 대구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담장 허물기사업도 병행했다. 보행공간의 쾌적성과 개방감을 확보하고 수목 식재로 녹지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자를 설치하는 등 주민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조성된 녹지 공간은 이웃간의 소통을 원활히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밤에는 곳곳에 조명을 밝혀 야간 경관이 개선되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명품 거리로 변화됐다.

주민의 의견이 단순한 의견제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직접 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 대명중 학생들이 직접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도록 했다. 참여한 학생과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의 손에 의해 변화되는 도시 모습에 놀라워하고 자부심까지 갖게 됐다. 이러한 자발적 주민 참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도시 정책이, 성공한 도시 재생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앞산맛둘레길이 들어서면서 인근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40여개의 갤러리와 카페·레스토랑이 밀집됐다. 앞산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특색있는 거리가 조성돼 수년동안 죽어있던 상권도 되살아나고 있다. 문화와 여유로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품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부럽지 않은 카페거리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앞산카페거리와 함께 안지랑 곱창골목은 언론을 통해서도 대구의 대표적인 먹거리 골목으로 유명해졌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미식가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걷고, 멈추며, 머물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한 추진 과정은 도시 재생 전문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미적 디자인에 국한된 단순한 환경개선사업이 목적이 아니다.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접근이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남구 앞산맛둘레조성사업의 성공 밑거름이 됐다. 이 과정에서 남구청은 4차례의 도시대학 참여를 통해 주민들에게 ‘스스로가 경쟁력 있는 도시는 도시 경관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이 잘된 도시’라는 사실을 알렸고,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 오늘의 앞산맛둘레길을 있게 했다.



◆문화·예술 생각대로 조성사업

‘문화·예술 생각대로’조성사업은 2011~2015년 영대병원네거리에서 명덕네거리까지 1.3㎞ 구간을 전국 처음으로 도로다이어트(8→6차로)시켜, 대구의 중심 녹지축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명덕네거리와 대구시 청소년 문화의 집 일원 440m 구간을 청소년 블루존으로 지정, 보·차도 정비사업과 더불어 오는 12월에는 대구 최초의 청소년 특화시설인 청소년 창작센터를 완공한다. 이 지역은 사업이 시행되기 전부터 주민주도의 물베기마을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재능기부와 매월 28일 낮 2시28분에 열리는 2·28 기념 음악회 등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하는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어 남구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문화·예술 생각대로 조성사업 중 하나인 옹벽 개선사업 역시 2·28민주화 운동의 발상지라는 스토리로, 지역 학생·기념사업회 회원 228명이 직접 타일을 제작·시공하도록 함으로써, 자발적 주민 참여가 남구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도록 했다.

머물고 싶은 도시는 쾌적하고 경관이 아름다우며 안정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도시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다양한 프로그램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가치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도시재생의 바탕에 ‘복지’와 ‘창조경제’의 개념이 깔려있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각종 무상지원 프로그램보다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을 살 수 있다’는 탈무드의 지혜를 주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이 바로 복지이며 경제라는 공감대 확산과 더불어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의 공생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남구가 이 사업을 펼친 결과, 청소년 블루존내 상가의 경우 시행 이전보다 평균 소득이 40.6% 증가했다. 정규일자리도 29명이 늘었으며, 간접적인 일자리창출효과까지 합치면 1천500여명까지 늘어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생사업은 단순히 미적 경관뿐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진걸 남구 도시건설국장은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면서 “사람이 행복한 도시, 사람이 머물면서 삶을 지속하고 싶은 도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국장은 “경관이 아름답게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상가 매출도 증가하자, 상인들이 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펼치는 등 지역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경제뿐만 아니라 도시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우리사회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했던 사업자 중심의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과 지역공동체 참여를 통한 사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참여와 관심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주민은 도시의 문제와 잠재력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주민의 만족도는 도시의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요구와 의견, 참여와 합의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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