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연중기획 新 대구·경북시대 (2부)] 3.시야를 넓혀라 영남의 중심 대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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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6   |  발행일 2014-04-16 제3면   |  수정 2014-04-16
“경북도청 후적지, 영남지역 경쟁력 강화 구심점으로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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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이전과 관련해 사업이 전액 국비로 진행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과 함께 대구가 경북을 포함해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전체의 발전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전남도청 후적지에 조성 중인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조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경북도청 이전과 관련한 최대 관심사는 “후적지를 어떻게 개발하느냐”다. 대구의 명당 중 명당인 이곳을 ‘대구의 랜드마크’로, 지역 발전을 견인할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알맹이로 무엇을 채우느냐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은 이곳을 창조경제 전진기지인 창조타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조경제밸리, 전통성을 전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빠진 목소리가 있다. 생각의 폭을 대구·경북에서 영남권 전체로 넓혀 지방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안까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대구가 영남권의 주도권을 잡자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구도에서 지방 경쟁력 강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구는 지리적으로 부산·울산·경남 등 경남지역과 경북도를 포함한 경상도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허브(HUB)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남을 관장한 경상감영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1년 안동에서 대구로 이전해온 후 1896년 경상도가 경북과 경남으로 나뉘기 전까지 존치했다. 조선시대, 나아가 광복 전후까지 남해와 동해, 그리고 오늘의 부산까지 아우르는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 대구시청~안동·예천 경북 신도청(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사업단) 최단거리는 91.98㎞이고,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까지는 91.38㎞이다. 대구시청에서 경남 밀양시청까지는 55.76㎞, 의령은 84㎞, 창녕은 49.59㎞, 거창 79.9㎞에 불과하다. 포항(87.35㎞), 영주(129.51㎞), 울진(199㎞)보다 가깝다.

한 뿌리로 있던 경북도와 물리적으로 이별하는 것을 경북과 함께 부산·울산·경남을 새로운 파트너로 맞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녕·거창·합천, 행정구역만 경남, 생활권은 대구

◆ 행정구역이 아니라 생활구역으로

경남 거창읍에 사는 박한나씨(여·37)는 쇼핑과 영화 감상, 그리고 병원 치료 등을 위해 대구를 찾는다.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 서부정류장까지 오는 데 50분, 이후 대구지하철을 타고 중구 동성로까지 오는 시간을 합쳐도 1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거기다 자가용을 타고 와도 넉넉 잡아 1시간20분이면 충분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요금도 6천원 정도면 된다.

그러나 부산까지 가려면 버스는 2시간20분 정도, 자가용을 이용하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박씨는 전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씨가 부산보다 대구를 더 자주 찾는 이유다.

박씨는 “주말에 대구지역 백화점에 오면 동네 주민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거창에는 백화점도 없고, 극장도 1곳밖에 없는 데다 카드 할인도 안 돼 학생들도 주로 대구로 놀러간다”며 “경남에 살지만, 부산보다 대구를 더 가깝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윤재옥 국회의원(53)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윤 의원이 이 지역에 출마한 이유 중 하나로 지역구에 합천 출신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꼽는다. 달서구 관계자는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달서을 지역 유권자의 2% 이상이 합천 출신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는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의 고향은 경남 창녕. 2011년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홍 도지사에 대해 대구지역 일부 국회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지역구를 대구 달서구로 옮기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경남도청 한 공무원은 “창녕, 거창, 합천은 경남 지역이지만, 사실상 생활권은 ‘대구’일 정도로 행정구역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사는 지역만 경남이지, 자신을 대구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울산 “신공항 통해 대구와 심리적 근접성 느낀다”

◆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부산은 1963년 1월1일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울산은 1997년 7월15일 광역시가 되면서 경남도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이후 경남도 관할이던 기장군과 울주군은 각각 인근인 부산과 울산 관할이 됐다.

부산은 경남에서 떨어진 지 51년, 울산은 17년이 됐지만, 여전히 ‘부·울·경’으로 불린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흘렸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한 뿌리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배현태 경남도 정책기획관실 주무관은 “오랫동안 한 뿌리에 있었던 만큼 대구·경북보다 부산과 울산을 더 가깝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분리된 지 30년이 지난 만큼 대구를 새로운 파트너로 받아들일 정도로 충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부권 신공항 밀양 유치 등을 통해 대구와도 심리적으로 가까워져 있고, 경쟁 대상이 영남지역 지자체가 아니라 수도권이라는 데 인식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과 분리된 이후 시야를 부·울·경으로 넓혀 이들과 상생 발전을 모색한다고 해도 경북이 멀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정부도 지난 3월 ‘지역 행복생활권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주민의 일상생활이 거주지 행정구역을 넘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만큼, 인접 시·군들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어 각종 시설을 공동으로 설치하고 서비스도 연계해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구는 지리적으로도 경상도 중심…역할 고민을”

◆ 대구를 경상도 발전의 허브로

서울에 본사를 둔 마케팅컨설팅 업체 대표 최모씨(44)는 영남지역에 본부 개설을 앞두고 대구를 찾았다. 예전 같으면 인구나 경제규모 등을 고려해 고민할 필요 없이 부산에 본부를 내는 게 상식이지만, 그는 대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영업지역은 대구·경북과 부·울·경, 즉 경상도 전체다.

그는 “지금 당장을 보면 여전히 부산 쪽에 본부를 개설하는 게 정답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10년 후를 고려하면 대구가 더 나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위치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에서 지역으로 파견온 한 고위공무원도 최 대표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대구가 경상도 딱 중심에 있는 만큼 다른 주변 지역의 발전을 흡수도, 선도도 할 수 있다”며 “경북도청 이전 이후 대구는 경북뿐만 아니라 경상도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만큼 이에 맞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경상도 지역 경제는 해안을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산업구조가 중공업 등에서 바이오와 ICT 등으로 변하면서 내륙 지역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구본근 대구시정책기획관은 “여러 난관에도 우리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괴리는 여전하다. 그런 만큼 도청 이전 이후 대구의 미래 구상은 경북도와의 긴밀한 유대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경쟁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영남권 전체로 눈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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