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1]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과 이종원 KOG대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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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9   |  발행일 2014-07-29 제22면   |  수정 2015-03-25
열린 경영마인드·노력형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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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 사무실에서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왼쪽)과 이종원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경북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KOG 이종원 대표(50)는 귀국하자마자 이 회사를 설립했다. 4명으로 시작해 10여 년 만에 대구본사에 350여명, 미국 LA·필리핀 마닐라 등 4개 지사에 60여명 등 4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대구의 대표적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지역업체이지만 글로벌 핵심 인재 양성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업종 종사자들이나 알 뿐 일반인은 잘 모르는 회사였다.

이 대표는 “게임업체의 특성상 정부기관이나 다른 업체들과 크게 교류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보니 업체를 별로 홍보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업체 규모에 비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KOG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밝힌 뒤, “사업체를 탄탄하게 잘 꾸려나가는 데만 신경을 쓰고 사회와 소통하고 이를 통한 사회 공헌, 사회 환원 등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 그가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변했다. 현재의 KOG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우리 사회를 위해 무언가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2~3개월에 한 번씩 직원을 대상으로 열어오던 KOG 아카데미의 수강층을 일반시민으로까지 확대해 유명강사들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50여회 진행했는데 직원 대상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수강층을 확대하면서 회사에서 열던 행사를 노보텔로 옮겼다. 평균 400~500명의 청강생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대학과의 인적네트워크, 사회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펼쳐왔다. 이 같은 활동으로 인해 2010년에는 산학연구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아 제정한 ‘대구경북사회공헌기업’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河 “거래 요청에 선뜻 수용 지금도 고맙게 생각
발전가능성 큰 SW업체 특별히 마음이 끌려, 李 대표는 막역지우”

李 “河 전 행장 진짜 존경 나의 정신적 스승
기업경영 롤모델 벤치마킹, 사회공헌 활동 동참 계기”

성악에 조예 깊은 河 전 행장, 재즈마니아 李 대표
둘 다 남다른 예술사랑···친분 계속 이어가는 또다른 힘
열살 차이 무색 친구처럼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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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회사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배경으로 선이 대표와 하 전 행장.

이처럼 KOG가 사회 공헌활동에 눈을 돌리게 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60)이다. 이 대표가 하 전 행장의 기업경영을 롤모델로 삼아 이를 자신의 기업경영에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연은 언제 시작됐을까.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KOG직원 월급통장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금융업무를 대구은행이 도맡아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KOG는 다른 은행과 거래했다. KOG가 대구은행이 거래하도록 물꼬를 트게 한 것은 하 전 행장이다. 전 직원들의 통장을 대구은행 통장으로 바꾼 것이다.

하 전 행장은 “그 당시 부행장이었는데, 지금 같은 좋은 인연이 되려고 이 대표가 그런 큰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은 일을 그렇게 선뜻 해준 이 대표에게 아직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렇게 마음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는 이 대표와 하 전 행장이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 전 행장은 이 대표에게 KOG가 단순한 게임업체가 아닌 지역을 사랑하는 업체, 즉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업체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은행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사람이 은행은 돈 빌리고 송금, 예금하는 곳이란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느꼈습니다. 은행이 이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 늘 고민을 해왔습니다. 이런 고민을 이 대표와 공유하고 이 대표도 지역사회공헌에 참여하기를 권했지요.”

이런 하 전 행장의 말에 공감하고 이 대표가 시작한 것이 지역은행으로 거래처를 바꾼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작지만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에서 지역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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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 사원식당에 있는 미니축구경기대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하 전 행장과 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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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 사원식당에 있는 작은 무대에 선 하 전 행장과 이 대표. 왼쪽에 있는 그림은 하 전 행장이 이 대표에게 선물한 이응견 화가의 작품 ‘달을 품은 나무’.

하 전 행장이 KOG에 특히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이 기업이 가진 발전 가능성 때문이었다. “대구는 섬유에서 시작해 건설, 자동차부품산업을 거쳐 지금은 지식창조산업, 즉 소프트웨어 산업쪽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KOG가 대구의 이런 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제조업은 기계자동화 등으로 직원을 줄여가는데, 게임 등 소프트웨어 산업은 사람이 주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기업이 커갈수록 고용효과가 엄청납니다. KOG는 지역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출신이 많지만 타지역 출신의 직원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젊은층이 점점 떠나는 대구에서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기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시작돼 두 사람은 열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친구처럼 수시로 만나 서로의 사업경영에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하 전 행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를 지란지교, 막역지우라고 표현하는데, 이 대표는 손사래를 치면서 자신이 진짜 존경하는 정신적 스승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 대표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 전 행장이 행장시절 그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일을 몇 가지 해줬는데, 이런 일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저를 만난 그 이듬해 행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행장님이 얼마나 바쁘고 만나는 사람도 많았겠습니까. 그런데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저도 직원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운 것도 큰 깨달음입니다.”

이 대표가 하 전 행장이 자신에게 감동을 준 구체적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 전 행장은 이 대표에게 이응견 화가의 ‘달을 품은 나무’라는 작품을 선물했다. 이 작품은 현재 회사 식당의 벽면에 붙어있는데,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달빛이 환한 모래사장에 얼룩말이 서 있고 얼룩말 머리 위로 나무가 자라나 있다. 인간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을 담고 있다.

하 전 행장은 “게임제작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추구하는 만큼 직원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영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물했다”고 말했다.

어느 해 여름에는 하 전 행장이 빙수재료를 준비해와서 전 직원에게 직접 빙수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대구은행 직원과 KOG 직원들 간의 맞선도 주선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이 대표의 반문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말에 하 전 행장은 자신이 이 대표의 경영방식에서 많은 배움을 얻는다고 했다. 행장 재직 시절 은행 계단에 시 작품을 걸어뒀는데 이것은 KOG 회사의 복도에 걸린 시 작품을 보고 은행에 적용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전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데도 이처럼 친해진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두 사람 모두 노력형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 전 행장이 영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나 신세대와 어울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태도 등도 노력형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만나면 되도록 식사를 한다. 한 번 갔던 식당은 두 번 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는 맛집보다는 색다른 식당을 찾기 위함이다. 특히 새로 문을 연 집,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집을 즐겨 찾는다. 이 또한 젊은층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은 점도 닮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재즈 마니아인데, 하 전 행장은 성악에 조예가 깊다. 하 전 행장의 경우 행장시절 전문 성악가에게 노래를 배워 직원들을 위해 불러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하 전 행장이 은행에서 퇴임한 후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공통점들이 단순한 공적 만남을 뛰어넘어 사적으로 친해지도록 해줬다.

하 전 행장은 은행이 해야 할 큰일 중에 하나는 대구에 있는 좋은 기업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런 기업이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은 이런 역할을 잘하는 지역기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KOG도 이런 기업의 대열에 합류했다.

인터뷰하면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는데, 이들의 대화에서 기업가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기업가의 마인드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물론 지역의 발전, 화합 등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노력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이처럼 올바른 기업마인드를 가진 것이 가장 닮은 부분으로 여겨졌다. 기업은 물론 지역경제, 나아가 지역 전체를 생각하는 기업가 마인드 말이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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