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맘’따뜻한 손길 “조손가정 아이들이 웃었어요”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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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0   |  발행일 2014-08-20 제10면   |  수정 2014-08-20
대구 성서종합복지관 ‘조손가정 역량강화 프로그램’
봉사단체 ‘향기나는 사람들의 모임’과 매치해 지원
“아이들 학교생활 안정 도움” 선생님들도 감사 인사
‘고운맘’따뜻한 손길 “조손가정 아이들이 웃었어요”
최정순(왼쪽), 구명숙 고운맘멘토가 아동을 위해 직접 생일상을 차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서종합복지관 제공>

“엄마라고 불릴 때가 제일 행복하죠. 처음 전화했을 때 화를 내던 아이였어요. 지금은 그 애 카톡에 제가 고운맘 엄마라고 적혀 있어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상을 차려 주었더니 부끄러워하더군요. 이런 대접은 생전 처음이라면서….”

고운맘 멘토 정말남씨(52·대구시 서구 이곡동)는 가인이(가명)의 엄마가 됐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을 직접 찾아가고 자주 전화했다. 일상생활의 말벗이 되어 주었다. 가끔 어려운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 주는 상담자가 되기도 했다. 생일을 맞이한 멘티 가정의 조부모와 함께 아동의 생일상을 차려 파티도 열었다. 아동의 건강증진을 위해 예방접종은 물론, 치과·내과·안과 등 진료에 동행했다.

엄마의 손길이 그리웠던 아이였다. 엄마는 머리를 감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아이는 일주일에 세 번 머리를 감겠다고 약속했다. 목욕탕에 같이 가 등도 밀어 주었다. 엄마는 향기로운 보디제품을 선물했다. 한 달에 두 번 목욕탕에 꼭 가겠다고 아이는 손가락을 걸었다. 엄마 손은 약손이었다. 혼자 가기 무서웠던 병원도 엄마와 함께 가니 편해졌다. 고운맘 멘토가 찾아오는 날이면 세상이 다 환해졌다. 특별한 생일과 특별한 어린이날, 특별한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아이는 엄마가 직접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역 내 조손가정 1가구와 고운맘 주부전문자원봉사자 2명이 한 가족으로 매칭되었다. 지난 4월 대구 달서구 성서종합복지관(관장 이영옥)에서 시행되고 있는 ‘조손가정 가족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와룡초등과 죽전초등에 재학 중인 조손가정 10가구가 고운맘(봉사단체 ‘향기나는 사람들의 모임’ 중 20명 선발)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인상이 밝아졌다. 고운맘 멘토들이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 학교생활도 안정되어가고 있다. 처음엔 그리 기대를 하지 않던 학교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감사가 연신 쏟아지고 있다. 조손가정의 결여된 가족기능을 보완하고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목적이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잘 씻지 않아 냄새가 심해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사회성 발달이 늦은 아이, 방과 후 외로움을 컴퓨터 게임으로 이겨내는 아이들 뒤에는 고운맘 멘토가 있다. 또 이들 뒤에는 자원봉사단체인 ‘향기나는 사람들의 모임’ 노광순 단장(52)이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 단장은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고운맘 멘토들의 활동은 12월까지 계속될 것이다. 다가올 추석에는 음식과 꽃바구니를 직접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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