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간·쓸개 다 나눠 가진 부부예요”

  • 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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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1   |  발행일 2015-01-21 제14면   |  수정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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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서로 주고받은 송수익·김은숙씨 부부. <김은숙씨 제공>

 

작년말 남편 송수익씨 간질환
김은숙씨, 주저없이 70% 이식

세 자녀도 “엄마 대신 내가…”
남다른 부부사랑·가족애 훈훈

“우리 배 한번 보자. 당신 배는 예쁘네! 내 배는 못났어.”

송수익(49·대구시 북구 구암동)·김은숙씨(45·하얀피부세상 원장) 부부는 수술 자국이 선명한 배를 서로 보이며 웃는다. 2014년 12월은 은숙씨에게 폭풍 같은 한 달이었다. 남편 수익씨가 건강검진 결과 초기 간암과 간경변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식만이 최선의 길이라는 담당의사(한영석 경북대병원 교수)의 말에 은숙씨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간이 이식 가능한지 바로 검사를 받았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식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은숙씨 부부는 이식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아이 셋에 시부모 등 일곱 식구가 함께 사는 이들 부부의 마음을 가장 괴롭힌 것은 둘이서 함께 수술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 수술을 앞두고 큰아이 예진(21)과 작은아이 아현(18)이는 엄마 대신 자신들이 아빠에게 간을 이식하겠다고 떼를 썼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의 효심에 부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들을 겨우 달래고 나니 이번엔 친정엄마가 걱정이었다. 은숙씨는 몰래 수술을 하고 나중에 알릴 생각이었다.

“수술 전날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받고 싶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들어야겠다 싶었죠. 친정엄마에게 미안하고 목구멍이 막혀왔어요. 그런데 친정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은숙아, 너는 어릴 때부터 건강했니라. 송 서방 살려야지. 넌 잘 견딜 수 있을거야’라고 말해주더군요.”

은숙씨는 전화를 끊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남편의 간 전체를 떼어내고 은숙씨의 간 70%를 이식했다. 두 사람은 병원에 누워서 서로를 걱정했다. 10여 일 만에 아내와 남편 두 사람의 간 90%가 재생되었다.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 수술을 담당한 한영석 교수는 40대 주부의 간이 이렇게 빨리 재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증자 은숙씨의 등을 토닥였다.

사실 45세인 은숙씨는 피곤이 뭔지 모를 만큼 체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후 얼마간은 숨만 쉬어도 쓰러질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친정에서 조리하는 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운동을 했다. 회복은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한 달 만에 은숙씨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수익씨는 아내의 간을 이식 받고 나서 “내가 몸 관리를 하지 않아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특히 아내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수술이 잘됐으니 이제 덤으로 사는 인생, 아내에게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결혼 22년째인 은숙씨는 피부관리사다. 오늘도 일터에서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반긴다. “늘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이라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며 “간을 이식하면서 쓸개도 함께 따라 갔다. 간도 쓸개도 남편에게 다 바쳤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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