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친 뺑소니 오토바이 잡아낸 동료 경찰의 집념

  • 입력 2015-10-05 10:19  |  수정 2015-10-05 10:19  |  발행일 2015-10-05 제1면
퀵서비스 기사 구속…사고 직후에도 태연히 배달일 나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퀵서비스 기사가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감각적인 수사로 결국 쇠고랑을 찼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자신을 단속하는 경찰관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신모(45)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달 8일 오후 3시 50분께 올림픽대로 한남대교에서 반포대교 방면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마침 이륜차 통행 단속을 하던 서초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들은 신씨의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세우려 했다.


 그러나 신씨는 경찰관들을 제치고 도망가려고 속력을 내 달렸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저지하려고 막아선 박정환 경사를 그대로 쳤다.
 그 충격으로 박 경사는 나자빠져 꼬리뼈와 어깨가 골절됐다. 신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경찰관들은 오토바이 속도가 워낙 빨라 번호판이나 차종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게다가 신씨는 평소 오토바이 번호판 식별이 어렵게 번호판에 그을음 등을 묻혀놨다.


 그러나 오토바이에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파란색 큰 바구니가 달린 것이 눈에 띄었다. 배달용으로 쓰이는 오토바이일 개연성이 높았다.
 경찰은 즉각 강남구 성수대교부터 강서구 가양대교까지 도로에 달린 폐쇄회로(CC)TV를 하나하나 뒤지며 오토바이 동선 추적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백대의 CCTV를 검색하며 오토바이가 동작구 국립현충원까지 가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후 행방은 묘연했다.
 오토바이가 워낙 빠른 속도로 달아난 데다 CCTV 화질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CCTV 분석에 나선 지 일주일째 되는 지난달 15일 오토바이가 주로 퀵서비스 기사들이 타고 다니는 SYM사의 125㏄짜리 오토바이라는 것을 겨우 알아냈다.


 '배달통을 단 퀵서비스 오토바이라…'
 순간 경찰관들이 무릎을 쳤다. 신씨가 사라진 국립현충원 근처에는 생선 등 속성 배달 일거리가 많은 노량진수산시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사들의 촉(觸)은 정확했다.
 경찰은 이튿날인 16일 노량진 수산시장 인근 CCTV를 샅샅이 뒤져 결국 신씨의 모습을 찾아냈다. 그는 경찰이 예상한 대로 시장에서 생선이나 해산물 배달일을 하는 퀵서비스 기사였다.


 경찰은 퀵서비스 업체를 통해 신씨를 유인해 같은 날 동작소방서 인근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결과 신씨는 범행 당일은 물론 체포될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배달일을 계속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씨는 박 경사를 치고 나서도 태연하게 그대로 자신의 원 목적지인 노량진 시장으로 달려가 물건을 받아 다시 배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형사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결국, 붙잡힌 신씨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잘못을 시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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