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경북 49번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서병조 금아버스그룹 대표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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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3   |  발행일 2016-01-23 제5면   |  수정 2016-01-23
거액기부가 “많이 늦었다” 겸손해 하면서도 나눔전도사役 자임
20160123
지난 18일 경주시 금아버스그룹 사무실에서 서병조 대표가 자신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자의 대학시절 추억담을 잠깐 소개하려 한다. 돈이 궁했던 터라 동기들과 엠티(MT)를 떠나거나 당시 여자친구와 근교로 여행을 갈 땐 으레 돈이 덜 드는 경로를 택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시외버스다. 당시엔 단돈 5천원이면 동기들이나 여자친구와 지구 반대편에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와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장거리 연애를 할 때도 시외버스는 우리 사이를 잇는 오작교가 돼줬다. 그래서 지금도 운전을 하다가 옆 차로의 시외버스를 볼 때면, 마음은 금세 설렘으로 가득 차곤 한다. 기자의 대학시절 얘기를 듬뿍 담고 있는 시외버스 중에서도, 유독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버스 정면과 양옆을 장식하고 있던 ‘금아리무진’ 혹은 ‘금아버스’라는 글자다.

이번 주 ‘나눔시리즈 통나무’에서 소개할 아너소사이어티가 바로 이 시외버스를 운영하는 ‘금아버스그룹’의 수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는 인터뷰를 앞두고 며칠 동안 만남의 순간을 고대했다. 지난 18일 서병조 금아버스그룹 대표(46)를 만나기 위해 경주 금아버스그룹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최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49번째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회원으로 가입하고, 앞으로 5년 동안 1억원 기부를 약정한 상태다.

◇ 1년 고민 끝에 가입
“영남일보 통나무시리즈 소개된
황태욱대표와 막역한 친구사이
‘기부행렬 함께하자’ 제안 받고
주위는 제대로 챙겼나 돌아봐”

◇다방면서 이웃사랑
친구와 ‘씨밀레’ 결성 나눔시작
성악 전공살려 콘서트 봉사하고
권투 꿈나무의 경기장 조성 노력
문제 청소년 선도교육에도 힘써

◆오랜 고민, 후회없는 선택

버스 수백여대를 소유한 운송업체의 대표이사. 여행사와 정비공장, 차량판매 대리점까지 운영하는 그룹형 기업의 수장. 성악 전공을 살려 경주 시민오케스트라 단장까지 지내고 있는 인물. 이처럼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서 대표. 특히나 기자의 대학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버스업체의 대표인 만큼, 첫 만남부터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며 지극히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대신했다. 자신의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상당히 늦었다는 얘기였다.

서 대표가 고액기부를 고민하게 된 것은 약 1년 전부터다.

지난해 통나무시리즈를 통해 소개한 황태욱 영양숯불갈비 대표(경북 26번째 아너소사이어티·영남일보 2015년 7월25일자 5면 보도)와는 막역한 친구사이인데, 황 대표가 서 대표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당시 황 대표가 ‘나같이 고기장사하는 사람이 고액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도 자연스럽게 기부행렬에 동참하지 않겠나. 자네도 나와 함께 가입해서 지역을 따뜻하게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서 대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 대표는 “내 주위 사람들은 충분히 돌아보고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지역사회를 위해 고액을 쾌척하면서도 곁에 있는 이들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 대표가 주위 사람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서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금아버스그룹이 지역에서도 수준급 사내복지로 이름난 것만으로도, 평소 그의 씀씀이를 짐작할 수 있다.

1년여의 고민 끝에 서 대표는 1억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그는 “특별히 획기적인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나 먼저 고액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 기부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연한 것, 기부

서 대표의 통 큰 기부는 이번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처음은 아니다. 다방면에서 그는 이웃에게 나눔을 베풀고 있다. 경주출신 친구들로 구성된 ‘씨밀레(영원한 친구라는 뜻의 순우리말) 봉사단’ 활동은 그의 나눔의 시작이었다.

서 대표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나눔행위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뜻이 통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학시절 전공인 성악을 살려, 경주 시민오케스트라 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그의 특별한 나눔 방식이다.

정기적으로 어린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를 여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최근에는 한국권투협회 경북지회장을 맡아 지역의 스포츠 꿈나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권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비인기 종목 특성상 도움을 바라는 지회사람들의 권유로 지회장을 맡게 됐다. 현재는 권투 유망주들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권투붐을 일으키기 위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권투 대회를 개최 해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청소년 선도 교육도 서 대표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그는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애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은데, 그에 반해 세상이 자신의 눈높이보다 낮아서 삐뚤어진 것이더라. 이런 아이 한명 한명이 지역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 문제아라 낙인 찍힌 애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 대표는 각계각처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큰 축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를 공평하게 나눈다는 생각으로 이웃을 돕고 있다. 앞으로도 나눔활동뿐만 아니라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행렬에 많은 이가 뒤따를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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