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청량산 축융봉(해발 845m, 봉화군-안동시 도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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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5   |  발행일 2016-04-15 제38면   |  수정 2016-04-15
청량산에선 보이지 않는 청량산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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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융산성이 둘러쳐진 축융봉 정상에서 바라본 청량산. 청량산을 들여다보듯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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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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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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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난 들꿩

 

지척서 산 전체 절경 만끽 최고 전망대
줄잇는 암봉과 걸음마다 색다른 조망
절벽 위 밀성대선 기묘한 풍광 한눈에
청량산성·공민왕당엔 공민왕 자취가…

부지깽이를 꽂아도 새싹이 돋는다는 4월. 황금빛 유채꽃이며 흐드러진 벚꽃이 꽃비로 휘날리는 가운데, 남녘에서부터 북상하는 진달래는 중부권을 넘어 온 국토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남풍을 타고 산기슭을 거슬러 오르는 꽃소식에 겨우내 웅크렸던 상춘객도 알록달록 제각각의 봄옷을 갈아입고 산으로 들로 일제히 집을 나선다. 숲 속에 들면 막 피어나는 연둣빛 새싹이 싱그럽고,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에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나는 계절이다.

봄꽃도 가까이에서 보아야 예쁜 꽃이 있고, 먼발치에서 전체를 보아야 아름다운 꽃이 있다. 산도 마찬가지. 아무리 빼어난 산이어도 산 속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고 마주 보거나 먼발치서 보아야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찾은 산이 그렇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청량산을 마주 보면서 산 전체를 볼 수 있는 축융산성 길을 오른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량교를 건너 청량사 일주문격인 ‘청량지문’을 지나면 왼쪽은 청량산, 오른쪽은 청량산과 마주한 축융산성이 둘러쳐진 축융봉이다. 청량산 정상을 오르는 입구, 청량사 입구를 차례로 지나면 오른쪽에 청량산휴게소 앞 주차장이 나온다.

‘축융봉 2㎞, 공민왕당 1.3㎞’로 적힌 이정표 방향의 임도가 들머리가 된다.

비포장의 약간의 경사가 있는 임도를 따라 약 300m를 가면 청량산도립공원 탐방안내도가 세워져있다. 청량산성 성곽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거나 임도를 따라 공민왕당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오른쪽 철계단을 올라서면 곧바로 성곽 위에 올라서게 된다. 허물어진 성곽을 복원한 것인데 주변의 자연석을 다듬어 쌓았다. 폭이 4m쯤 된다. 당시에는 말 다섯 필이 동시에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오마대도(五馬大道)로 불렀다고 한다. 경사진 오르막에 돌계단을 놓은 것처럼 넓은 등산로 같다. 바위를 만나면 바위 그 자체가 성벽이 되고, 계곡을 만나면 성곽도 허리를 낮추어 물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었다. 청량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려조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몽진해 왔을 때 개축된 성이다. 바위구간을 지나는 성벽은 철계단과 데크로 깔아 오르내리기에 편하도록 길이 나 있다.

15분쯤 지나면 단애를 이룬 거대한 절벽이 막고 있고 그 위에 망루가 보인다. 절벽 왼쪽으로 돌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다시 성곽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진 성곽 끝에 망루에 올라서게 된다. ‘밀성대’라 이름이 붙었는데, 동문이 있던 장소로 아래서 본 절벽 위에 세워진 망루다. 망루에 올라서면 맞은편 청량산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밀성대를 돌아나가는 성곽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보면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청량산을 볼 수 있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20여분 완만한 성곽이다가 가파르고 긴 계단을 오르면 북문이 있던 장소에 청량산성 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데크를 깔아 넓은 전망대를 만들어두었다. 여기까지는 석성의 모습이고 산허리를 하나 돌고 나면 임도같이 넓은 토성이다. 이 토성 역시 2009년에 옛 모습으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토성을 따라 10여분을 오르니 왼쪽으로 ‘공민왕당 1.1㎞, 정상 0.2㎞’의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이 정상까지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공민왕당을 지나 하산하는 갈림목이 된다.

참나무 숲을 지나 정상 바로 앞에 서면 바위봉우리가 세 개로 나누어놓은 모습이다. 중간의 바위가 정상인데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정상에는 정상표석과 청량산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각 봉우리를 설명한 안내도가 나란히 서있다. 왼쪽부터 정상인 장인봉, 선학봉, 자란봉으로 이어지는 하늘다리, 향로봉, 연화봉 등 청량산을 들여다보는 듯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청량산 오른쪽 어깨 너머에 멀리 영양 일월산 정상에 세워진 통신시설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뒤로는 공민왕의 어머니 유래를 담은 왕모산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잠시 조망을 즐기고 공민왕당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임도를 따른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길섶 덤불 사이에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뒤진 흔적이 선명하고, 그 사이를 누비며 들꿩 한 쌍이 먹이를 찾아 헤맨다. 들꿩의 깃털은 낙엽과 같은 보호색이라 바로 앞에 있어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 새끼를 둔 들꿩 둥지 가까이에 다가가면 어미는 둥지에서 멀리 떨어져 날개가 부러진 흉내를 내거나 다리를 절룩이며 시선을 유도한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애가 강한 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들꿩이 놀라지 않게 사진만 한 컷 찍고 돌아선다. 20분을 내려서자 왼쪽으로 ‘공민왕당’ 이정표가 서있다. 이곳에서는 공민왕을 기린다. 인접한 왕모산에는 공민왕의 어머니를 기리는 왕모당이 있다. 계단을 올라 잠시 들러보니 왕모산에 있는 왕모당과 많이 닮았다. 공민왕당에서 내려와 5분이면 함석지붕을 올린 민가를 지나고 한 굽이를 돌아내려서면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계곡을 따라 5분이면 오전에 올랐던 산성 갈림길 안내도 앞에 서게 되고, 5분이면 청량산휴게소 앞 주차장에 닿는다.

호젓하면서도 눈이 호강스러운 산행. 청량산 정상부까지 연녹색이 퍼지는 날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산. 참 오랜만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청량산휴게소∼(10분)∼산성 갈림길∼(25분)∼밀성대∼(30분)∼임도 갈림길∼(10분)∼정상∼(10분)∼임도 갈림길∼(20분)∼공민왕당∼(20분)∼청량산휴게소

청량산도립공원에 속한 축융봉은 산세가 빼어나 사시사철 인기가 높은 청량산을 마주 보며 오르는 산이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 오르면 암봉으로 이루어진 청량산 봉우리들을 빠짐없이 볼 수 있어 지루함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청량산성을 올라 공민왕당을 돌아내려오는 코스, 청량교 청량지문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 여유가 있다면 청량산과 축융봉을 이어 산행할 수도 있다. 산행거리는 약 5㎞로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를 빠져나와 914번 지방도로를 따라 5번국도 운산교차로에서 영주, 안동방향으로 약 11㎞를 간다. 영호대교, 천리고가교를 차례로 지난 다음 35번국도 시청, 도산서원방향 길을 따른다. 도산서원을 지나 약 30㎞를 가면 청량산 입구 청량교가 나온다. 청량교에서 ‘청량지문’을 지나 약 2㎞를 가면 청량산휴게소 앞 주차장에 닿는다.

☞ 주소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길 326(청량산휴게소)

☞ 볼거리

농암종택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다. 이현보는 1504년(연산군 10)에 사간원정언으로 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인물이다. 농암종택이 있던 곳은 분천마을, 하지만 1976년 안동댐 건설로 분천마을이 수몰되었다. 이후 안동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이전되어 있던 종택과 사당, 긍구당(肯構堂)을 영천이씨 문중의 종손 이성원씨가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지금은 분강촌(汾江村)이라고도 불리며,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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