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착하다(人之將死 其言也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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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3 08:29  |  수정 2016-05-23 08:29  |  발행일 2016-05-23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착하다(人之將死 其言也善)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아침 일찍 이락서당이 있는 물결꼬리 파산을 지나 궁산에 올랐습니다. 꿩, 비둘기, 딱따구리, 뻐꾸기, 휘파람새 등 산새들의 소리가 옥쟁반에 구슬을 굴리듯 맑고 영롱하게 들립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꽃들은 만발하고 신록이 푸르러 사방천지가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좋구나’하는 감탄이 꽃향기와 함께 저절로 튀어 나옵니다. 갑자기 까치의 울음이 시끄럽습니다. 아마 동료 까치나 동류의 새에게 슬픈 일이 생겼나봅니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애절하기 때문입니다.

임오년(1762) 윤5월21일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부주(父主)여! 살려주옵소서”하고 간절하게 애원을 합니다. 철이 들면서 세자로서 영조를 ‘부주(아버지 임금님)’라고 부른 것은 처음이라고 임오일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창덕궁 휘령전 구석 담벼락에 소변을 보고 마당에 놓인 뒤주에 갇힌 시각은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자물쇠를 직접 잠그는 영조에게 ‘부주여! 살려주옵소서’하고 절규합니다. 혈육의 정에 마지막으로 애원하는 말입니다.

노나라의 재상 맹무백의 아들 맹경자가 증자(증삼)의 문병을 갔습니다. 이때 증자는 ‘새가 죽을 때는 그 울음이 슬프고(鳥之將死 其鳴也哀),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착하다(人之將死 其言也善)’고 이릅니다.

논어에 나오는 가장 뛰어난 문장인 이 말은 후세 사람들이 특히 많이 인용하고 차용하는 구절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착한 말을 합니다. 이것은 천지지간 만물 중에서 오직 사람만이 귀한 존재로 오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어 증자는 가쁘게 숨소리를 몰아쉬며 맹경자에게 대부가 지켜야 할 귀한 도(道) 세 가지를 일러둡니다. ‘몸가짐은 사납고 거만하게 굴지 말아야 하고, 얼굴빛은 바르게 하여 언제나 진실하게 신의를 지켜야 하며, 말과 음성은 항상 가다듬어 야비하고 배덕함을 멀리해야 한다’고 당부를 합니다.

소열황제(유비)도 죽을 때에 아들 후주(유선)에게 유언을 합니다. ‘착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적극적으로 하여야 하고, 악한 일은 아무리 작더라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들은 사회규범의 동요와 이완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한 아노미 현상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제일 심각합니다. 그리고 도덕 기준의 혼돈 상태에서 약자에 대한 ‘묻지마’식의 끔찍한 살인도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절망보다 언제나 우뚝합니다. 주역에도 ‘같은 빛끼리는 서로 비쳐 주고, 같은 종류끼리는 서로 찾는다. 구름은 용을 따라 일어나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라 일어난다. 그리하여 성인이 나타나면 모든 만물이 우러러본다’고 했습니다.

증자가 말한 ‘인지장사(人之將死) 기언야선(其言也善)’은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착하다는 뜻입니다. 그저 매사에 탐욕스러운 사람들도, 이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열사처럼, 살아생전 말을 착하게 하면 만물이 우러러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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