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는 ‘협치의 門’…20대 국회 출발 전부터 ‘날카로운 대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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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8   |  발행일 2016-05-28 제4면   |  수정 2016-05-28
‘상시 청문회법’거부권 행사 후폭풍

정부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안)을 행사하면서, 한때 ‘협치’(協治) 분위기가 조성됐던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들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권한 침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당분간 여야 대치 전선을 형성하게 됐다. 또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날에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큰 상황이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는 기대를 모았던 협치가 아닌 ‘대치’ 상황으로 문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

◆ 야 3당 일제히 반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인사들은 이날 일제히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협치 기조 이후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던 야당은 이날 협치 기조 붕괴와 민심 왜곡 등을 입에 올리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치를 하자고 했는데, 20대 국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 앞으로 협치가 과연 잘 이뤄질 것인지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與 “대통령의 고유권한” 주장
野 “의회민주주의 부정” 비판

野, 발목잡는 이미지 줄까 우려
‘민생·경제 우선’분리대응 기조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에 대해 선전포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임을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치는 서로 협동, 협력하는 정치가 아니라 협박하는 정치, 협량한 정치로서의 협치”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폐회 직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에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당연한 권한 행사라며 야당과 각을 세웠다. 특히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로서 협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열린 긴급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는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18대 국회까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재의요구 6건을 포함해 총 63건의 재의요구가 있었고 9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며 “선례도 있는데 이것을 알면서도 야 3당이 20대 국회에서 시작부터 재의결하겠다는 것은 20대 국회까지 법리논쟁으로 끌고가겠다는 의도라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야권 향후 대응은

새누리당은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옹호하며 제19대 국회 회기 내에 재의결 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며 공동 행동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폐기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자문받은 헌법학자들이나 법률가들의 해석에 의하면 계속된다고(20대에서 재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19대 회기 내 처리가 안 되면 자동폐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야당은 재의결이 되지 않을 경우 다음 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똑같은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앞서 25일 기자들과 만나 “이 법안으로 재발의할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이는 완전히 같은 법안을 재발의한다면 자칫 대통령과 전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청문회 절차 보완을 포함한 포괄적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야권‘투트랙 대응’

이번 거부권 행사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일각에서는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 중단이나 개원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야권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강력 반발하면서도 민생·경제 문제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분리대응’ 기조를 명확히 했다. 국회법 재의를 추진하겠지만 예전처럼 대화를 거부하고 국회를 멈추는 등 ‘초강수’는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당이 주장하는 ‘발목을 잡는 야당’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반수인 야권이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보일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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