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는 日제국주의 산물…‘동해’ 병기해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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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29면   |  수정 2017-04-27
■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총서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 발간
지도·사진·문헌 등 187장 분석
일본해 표기 굳어진 과정 추적
20170427
조종만(1908)의 ‘대한전도’ 대한해 표기(위쪽)와 현공렴(1908)의 ‘아시아전도’ 대한해·일본해 병기.

영남대 독도연구소(소장 최재목)가 최근 독도연구총서 시리즈로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심정보 저, 도서출판 밥북)를 발간했다.

이 책은 영남대 독도연구소의 공동연구원인 서원대 지리교육과 심정보 교수가 장기간에 걸쳐 국내외에서 수집한 동해와 일본해 관련 고지도, 고문헌, 근대 지리교과서 등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성과물이다. 총 187장(지도 140장, 문헌 및 사진 47장)의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동해와 일본해의 불편한 역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주요 내용은 지명과 분쟁 이야기, 지명 분쟁의 사례를 비롯해 지도에서 ‘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야 하는가’를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심 교수는 전근대 동서양에서 간행된 고지도와 고문헌을 중심으로 동해와 일본해 지명의 발생과 근대 일본과 한국에서 간행된 지리교과서에 주목하고, 일본에서 일본해 지명의 정착 과정과 한국에서 동해 지명 사용과 관련한 사료에 근거해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를 저술했다.

특히 심 교수가 새롭게 밝혀낸 근대의 동해와 일본해 명칭의 역사는 주목할 만하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통감부는 현재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학부(學部)의 교육정책에 관여했다. 통감부의 시녀로서 학부가 1907년 1월에 편찬한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은 친일을 표방한 대표적인 국정 교과서로 지리교재 부분에는 동해 해역이 모두 일본해로 공식 표기됐다. 반면 대한제국이 망해가는 상황에서 윤치호는 1907년에 애국하는 마음이 ‘동해’ 바다처럼 깊고, 백두산과 같이 높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애국가를 작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지리교과서 집필자들은 일본해에 대한 대응으로 본문과 수록 지도에서 동해를 대한해로 표기하거나 대한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1910년 한일병탄 이후 이들 명칭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해로 통일됐고,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일본해 지명의 정체성을 강요받았다. 이처럼 현재 한국인들의 일본해 지명에 대한 반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사고방식은 100여 년 전의 지리교과서 집필자들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일본해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식민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수로기구의 전신인 국제수로국은 1928년에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지침서를 완성했는데, 이 책자에는 동해 해역의 명칭이 ‘일본해(Japan Sea)’로 기재되어 있다. 이후 전 세계의 지도 제작사들은 지도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로 표기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일본해가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해 사용과 관련해 한국은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입장에 변함이 없다. 28일까지 모나코에서 개최되는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제4판) 개정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대표단은 또 한 번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바다 명칭 표기에 대한 설전이 오가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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