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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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5 07:58  |  수정 2017-06-05 07:58  |  발행일 2017-06-05 제15면
[행복한 교육]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능력 있는 자도 자만에 빠지면 꾸준한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토끼와 거북이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경주를 한다(유튜브에서 ‘토끼와 거북이 신버전’을 검색하면 원본을 볼 수 있다). 이제 토끼는 절대 한눈 팔지 않는다. 당연히 토끼가 매번 이긴다. 토끼의 달리기 역량이 거북이보다 월등하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고야 만다. 거북이가 사당오락과 형설지공의 각오로 일신일신 우일신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바뀐 것은 경주의 상황일 뿐이다. 이제 그들의 레이스 앞에는 육지도 있고, 큰 강물도 있다. 제아무리 토끼라 해도 강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거북이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동동거리는 토끼를 지나쳐 유유히 강을 건너 다시 느린 걸음으로 우승점에 도달한다. 제법 통쾌한 버전이다.

‘누구나 제 몫의 재능을 타고 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을 지능의 영역으로 풀이한 사람이 가드너다.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에서 인간의 지능을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종교적 실존지능으로 구분하였다. 이 중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친화, 실존지능 같은 것이다. 이런 지능이 유난히 발달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어떤 눈빛으로, 어떤 자세로 앉아 있을까를 생각한다.

모의고사 때만 되면 한 줄로 마킹하고 일찌감치 잠자는 아이,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어 계속 딴 소리로 떠드는 아이, 자주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파 조퇴를 밥 먹듯 하는 아이, 가방 가득 화장품을 담아 와 거울만 들여다보는 아이,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멍하게 있는 아이. 나는 그들이 강가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토끼로, 아주 느리게 걸어가는 거북이로 보인다. 간혹 그들이 자연친화 능력, 자기성찰 능력, 인간 친화 능력, 실존 지능의 고수들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와 우리교육 현장에는 그 능력을 알아볼 안목도, 평가 잣대도 없다.

감동적인 버전 하나 더. 토끼와 거북이는 똑같은 경주에서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한다. 어떻게? 바로 육지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달리고, 강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태우고 건너는 것이다. 서로가 이긴 경험을 되살려 더 쉽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토끼와 거북이는 더 큰 만족감을 경험한다. 그리하여 수영할 줄 모르는 토끼와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거북이 둘 다 위너가 되었다.

별명이 나무늘보인 학생이 있었다. 행동이 너무 느려 보고 있으면 솔직히 속이 터진다. 하지만 본인은 별 불만이 없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높은 편이었다. 욕망하는 것도 별로 없었고, 도전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고, 갈등도 거의 없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다. “쌤, 나무늘보 대단하지 않아요? 그렇게 느린데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잖아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구나. 그러다 갑자기 궁금했다. 그렇게 느린데 어찌 멸종하지 않았을까. 검색해 보니 이런 답이 나온다. “나무늘보는 너무 맛이 없어 아무도 사냥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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