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체계,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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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4   |  발행일 2017-06-24 제23면   |  수정 2017-06-24

대구시 동구 도동의 한 가금류 거래상인 소유 토종닭이 23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판정돼 가금류 농가와 행정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초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울산·제주·양산·부산·파주 등 전국으로 확산됐던 그 고병원성 AI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당국은 AI 양성반응이 나온 직후 일단 계류장에 대한 소독과 함께, 반경 3㎞ 이내 일곱 농가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725마리를 선제적으로 살처분했다. 대구지역에는 달성군의 37만 마리 등 40만 마리의 닭·오리·거위가 사육되고 있다. 인근 경북까지 번진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수 있다. 초기 단계서 무조건 확산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AI가 다시 발생하는 것은 현 방역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AI는 가금류 거래상인에 의한 2차 전파로 조사됐다. AI로 확진된 가금류를 소유한 상인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의성·군위·영천·경산 등 경북도내 전통시장 13곳에 가금류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상인은 지난 5월 경남 밀양에서 토종닭과 오리를 사 와서 일부 판매했고 그 과정에서 닭 몇마리가 폐사했으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초 전국 AI사태 이후 방역당국이 관리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소용없었다. 22일 대구를 방문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근 가금류 농가로 확산되지 않도록 종전 대응 매뉴얼보다 강도 높게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가의 신고에 의존하는 현 방역체계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사육 규모가 큰 농장과 달리 사육두수 10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는 허점이 많다. 이런 농가에서 가금류가 폐사해도 대수롭잖게 여겨 신고를 하지 않으면 당국이 초동대처를 할 수 없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그때는 대량 살처분·방역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행정력 낭비가 따른다. 이처럼 농가의 신고기피 등 잘못으로 파생되는 피해 규모가 엄청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미신고 농가에 대한 고발조치는 제재가 약하다. 미신고 농장주나 법규 위반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소규모 농가를 더욱 밀도 있게 관리해야 한다. 현 방역체계 전반을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혁신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AI사태는 계속 반복될 수 있다. 동남아와 같은 ‘AI 상시발생국’ 오명을 벗으려면 대규모 밀식 등 현재의 사육환경도 최대한 빨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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