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봐선 알 수 없는 공간…들어서면 ‘문화’가 쏟아진다

  • 유승진,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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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8 07:08  |  수정 2017-07-08 07:09  |  발행일 2017-07-08 제3면
대구 복합문화공간 열풍
20170708

문화공간이 변하고 있다. 서점에서 책만 사고, 공연장에서 공연만 하던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차 한잔 즐길 수 있는 것은 기본이 됐고, 공연과 전시는 물론 아카데미도 진행된다. 북카페부터 갤러리, 일본문화, 여행까지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대구에도 많이 생기고 있다. 얼핏 봐선 어떤 공간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곳을 찾아갔다.

시인보호구역 문학·미술·연극·노래 융합
대구하루 일본문화 알리고 대구문화 소개
Fly 2 Gether 여행경험자 초청 대화의 장
소금창고 젊은예술인 실력 펼칠 기회 제공
문화장 리모델링한 여관서 미술작품 감상

◆서점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시인보호구역’

대구 북구 칠성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한 ‘시인보호구역’은 예술·인문 공동체를 표방하는 곳이다. ‘시인보호구역’은 시인만이 아니라 지역의 예술인을 보호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문학과 함께 미술, 음악 등과 다양한 협업이 펼쳐지고 있다.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시를 캘리그래피로 꾸미기도 한다. 시낭독회, 문화기획, 디자인, 기획전 등 우리 지역의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공간이자 예술 현장인 셈이다. ‘시인보호구역’의 대표 정훈교 시인은 “대구 하면 떠오르는 보수적인 문화 말고, 우리 지역 곳곳에 있는 예술가와 그들의 활동 및 문화를 알리고 싶은 목적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문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창작 교실, 책쓰기 교실, 시 읽기 강좌, 인문학 특강, 작가와의 대화, 문학기행 등의 문학프로그램부터 미술, 연극, 노래를 함께 즐기는 융합형 프로그램도 열린다. 출판사의 역할도 수행하는데 정기간행물 ‘더 해랑’도 발간한다. 지역의 신진 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구하루’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대구하루’는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한·일 문화 교류 거점 공간’을 지향한다. 2015년 일본 여행객에게 대구를 소개하겠다는 작은 목표로 출발한 ‘대구하루’는 어느새 지역을 대표하는 일본 문화 공간이 됐다. ‘대구하루’ 박승주 대표는 “지역에서 일본과 관련된 번역 일이나 일본인을 위한 가이드가 필요한 곳이 많고, 반대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양쪽의 수요를 이어주고 싶은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하루’는 일본인에겐 대구의 문화를, 대구시민에겐 일본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본식 종이접기 ‘오리가미 강좌’부터 ‘오니기리 만들기’ ‘일본 차 프로그램’ ‘에테가미(그림편지) 강좌’ ‘일본 서브컬처 알리기’ ‘일본 건축 양식 교육’ 등 다양한 일본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참가할 수 있다. 일본 문화뿐만 아니라 ‘2017 북성로 골목화담’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함께한다.

◆여행을 주제로 한 문화 공간 ‘Fly 2 Gether’

대구 중구 북성로에 위치한 ‘Fly 2 Gether’는 공정여행을 목표로 여행을 주제로 한 문화 공간이다. 공정여행이란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비싸서 피해를 보지 말고, 정해진 금액을 공정하게 지불해 여행을 즐기자는 의미이다.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던 서욱경 대표가 지난 5월 초 만든 곳이다. ‘Fly 2 Gether’는 여행사이지만 다른 일반 여행사와는 다르다. 단순히 여행 상품을 안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특강이다. 실제로 여행 경험자를 초청해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Fly 2 Gether’는 오는 13일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의 저자 김경희씨를 초청해 제1회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문화 사랑방·놀이터를 꿈꾸는 ‘소금창고’ ‘문화장’

‘소금창고’는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으며, 문화 사랑방을 지향한다. 누구나 찾아와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에 문화를 담았다. ‘소금창고’라는 이름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소금’과 저장공간을 뜻하는 ‘창고’를 합친 단어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금창고’에선 근대가요, 재즈, 클래식 등 공연에서부터 전시, 교육, 포럼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한다. 젊은 예술인에게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도 제공한다. 김헌동 대표는 “한 가지 주제의 공간으로는 문화 소비자의 기호와 수요를 따라올 수가 없다. 이곳에 오면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 뒤쪽에 위치한 ‘문화장’은 6명의 청년이 합쳐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면 카페처럼 보이지만, 전시장과 작업실의 성격도 띠고 있다. 40여년간 운영된 청수장을 리모델링했다.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목욕탕과 같은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며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화장(文畵裝)’이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층과 3층에 꾸며놓은 전시실과 작업실뿐만 아니라 하우스콘서트와 재즈콘서트 등도 열린다. 무용과 건축 디자이너, 바리스타 등 각기 다른 일을 했던 청년 6명이 각기 다른 문화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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