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단편영화 ‘혜영’ 김용삼 감독

  • 손선우
  • |
  • 입력 2017-07-11 08:21  |  수정 2017-07-11 08:21  |  발행일 2017-07-11 제29면
“직장생활 한다고 영화 못 찍는 것 아니더라”
‘1인 6역’4년만에 영화계 컴백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혜영’
조선소 일하며 사흘동안 찍어
내년엔 첫 장편영화 제작 계획
[이사람] 단편영화 ‘혜영’ 김용삼 감독
“독립영화는 큰돈 들이지 않고 타인의 입김 없이 감독이 찍고 싶은 것을 찍는 영화예요.” 영화를 그만둔 지 4년 만에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선 김용삼 감독. “진짜 좋아서 영화를 찍는다”는 그에게 독립영화는 자신을 드러내는 ‘즐거움’이다.

감독 혼자 각본과 주연, 연출, 촬영, 조명, 편집까지 1인 6역을 맡았다. 총 제작비 300만원, 촬영기간 3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경쟁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혜영’의 이야기다.

영화 ‘혜영’은 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39분 분량의 흑백영화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여자 친구가 여름방학을 맞아 남자 친구의 집에서 잠시 머무를 때 위태로운 둘의 관계를 그렸다. 영화 속 배경은 김 감독의 자취방이고, 공장 인부의 모습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그의 일과다. 영화 제목은 옛 여자친구의 이름과 비슷하다. 시나리오는 감독의 삶과 닮았다.

단편영화계에서 ‘괴짜’ ‘천재’로 통하는 김용삼 감독(32)이 영화와 등진 지 4년 만에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결혼 준비 때문에 영화를 그만뒀는데, 지난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영화계로 다시 돌아온 것. 최근 울산에서 대구로 찾아온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이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4세 무렵이다. 2008년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와 연극영화과가 통폐합되면서다.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뚜렷한 목표가 없던 그는 영화 이론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에 흥미를 느꼈다. 그길로 막연하게 영화 제작에 흠뻑 빠졌다. 하루에 영화를 다섯 편씩 보면서 연구하고, 도서관에 있는 영화 관련 서적 대부분을 읽을 정도였다. 학내에서 영화학도로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10년 두 번째로 찍은 단편영화 ‘가족오락관’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이 영화는 이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화제가 됐고, 국내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인 16회 ‘인디포럼’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류승완 감독이 찾아와서 말을 걸었어요. 봉준호, 김지운 등 유명 감독들이 모인 술자리에 초청되기도 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줄 알았어요. 감독으로서의 미래를 보장받은 것 같았는데 일장춘몽이었습니다.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영화 같은 일’은 없더라고요(웃음).”

그의 작품은 그후로도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승승장구하던 김 감독은 2012년 단편영화 ‘소멸불가’를 발표한 뒤 영화계를 떠났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 울산의 한 조선소에 취업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포기한 것.

그는 “독립영화만 찍으면서 생계유지한다는 것도 불가능한데, 가정을 가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옛 여자친구와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조선소는 김 감독에게 이질적인 공간이었고, 1년 동안이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과 중 쉬는 시간과 퇴근 후 자취방에 누워 휴대폰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틈틈이 시간을 내 배우를 섭외했고, 여름휴가 기간 중 사흘을 내어 영화를 찍었다.

그는 “당시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면 영화인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해서 영화를 못 찍는 건 아니었다. 또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고민이 많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특유의 활력과 미학을 구축해 자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첫 장편영화 제작시점은 내년으로 잡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