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생활문화 시대를 열려면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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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7   |  발행일 2017-07-27 제31면   |  수정 2017-07-27
20170727
조진범 문화부장

‘생활문화’에 대해 한번 살펴봤다. 생활과 문화를 합친 단어라 쉬운 듯한데, ‘구체적인 개념과 모습’이 궁금했다. 생활문화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문화 정책이다. 정부는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생활문화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강조했다.

‘생활문화 시대’의 세부 목록도 발표됐다. 국민 기초문화생활 보장, 문화예술 역량 강화, 지역 간 문화 균형발전, 문화유산 보존 활용 강화 등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문화기반 시설을 3천80개 조성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문화기반 시설은 2천595개였다.

생활문화를 ‘검색’하면서 흥미로워졌다. 사실 생활문화를 단순히 ‘문화생활 확대’ 정도로 생각했다. 더 많은 생활문화동호회가 만들어지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단편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 집 관장이 최근 발표한 칼럼이다. 정 관장에 따르면 생활문화는 개별성, 지역성, 특이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지역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또 개인적이고 소비 중심적인 생활문화를 극복하고 생활문화에 지역성이라는 숨결과 공공성의 가치를 불어넣는 매개체가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주장했다. 마을 예술학교도 언급했다. 정 관장은 “마을 예술학교는 마을 단위의 예술교육 공동체의 가능성을 여는 통합체계”라고 밝혔다.

생활문화에 담긴 ‘철학’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읽어봤다. 놀랍게도 정 관장의 주장과 맥락이 비슷하다. 지역 간 문화 균형발전을 위해 분야별로 문화도시 지정을 확대하고, 문화마을(읍·면·동 단위 중심) 신규 조성을 추진한다는 과제는 특히 그렇다.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확대도 마찬가지이다.

정 관장의 논리는 단순히 개인적인 주장이 아닐 것이다. 광주 문화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다. 광주시 역시 다르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인데, 배척할 근거가 없지 않은가. 광주의 분위기가 대충 짐작이 간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보조를 맞추면서 광주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국정과제가 발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대구를 떠올리면, 아직 어떤 ‘액션’도 없다. 흔한 포럼이나 세미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새 정부의 문화 정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혹 대구시나 문화계에서 새 정부의 문화 정책에 맞춰 구상하는 게 있다면 ‘숨기지 말고’ 내놨으면 좋겠다. 시민과의 소통은 필수다. 문화의 향기는 나눌수록 더 널리 퍼지는 법이다.

대구의 ‘생활문화유산’을 점검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대구시민의 일상생활 속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한다면 대구의 생활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시민들의 자부심은 덤이다. 부산은 실제 부산의 생활문화유산을 조사했다. 부산발전연구원과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가 부산지역 곳곳에 흩어져있는 생활문화유산을 정리해 책까지 냈다. 거창하지 않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보고서이다. 대구에도 스토리가 있는 생활문화유산들이 많을 것이다. 알려진 것도 많다.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때 대구시의 행정을 ‘숟가락 행정’으로 비아냥대는 소리가 있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걸친다’는 의미로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발표를 계기로 대구시가 ‘숟가락 행정’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완전히 떨쳐내기를 바란다. 문화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수식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성이 없으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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