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은 마음 비우고 감정 정화…독소 이겨내는 기능 깨운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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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07:54  |  수정 2017-09-12 07:54  |  발행일 2017-09-12 제21면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금식에 대한 이해
“일곱가지 심리 작용 충족되지 못해
치우침 생겨 쌓이면 온몸 소통 막아
욕구 강한 식욕 억제통해 마음 조절
호흡·금식으로 주기적인 청소 필요”
“금식은 마음 비우고 감정 정화…독소 이겨내는 기능 깨운다”

어느 날 온몸이 아픈 할머니 두 분이 아주 명망높은 대학병원 교수에게 특진을 받게 됐다. 약을 처방받고 일주일 후에 다시 방문했을 때 좀 어떤지 묻는 교수의 물음에 할머니 두 분은 많이 좋아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사실 처방받은 약은 소화제에 불과했다. 이는 플라세보 효과(치료가 된 것은 아니지만 병세가 나은 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를 대표하는 일화다. 그럼 할머니들은 사실 아팠던 것이 아닌데 꾀병을 부리고 있었던 것일까.

할머니들은 정말 아팠다. 다만 몸의 아픔을 이겨낼 정도의 힘이 없었던 것인데, 이 힘은 마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저명한 교수에게 치료받았다는 사실이 이분들의 불안하고 약해진 마음에 힘을 준 것이며 몸의 아픔을 좀 견뎌낼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은 심인성적인(어떤 병이나 증세가 정신적·심리적 원인으로 생기는 특성) 병에 플라세보 효과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다룬 서울대 인류학과 박사논문을 살펴보면 의학적인 치유기전이 없는 건강식품 등에서 여러 가지 병이 좋아진 사례들을 분석해보니 심인성적인 부분이 적지 않았다. 건강식품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좀 추상적이지만 이 마음이란 것의 크기는 과연 얼마나 될까.

경전에서는 마음의 크기는 ‘간장종지’만 하다고 한다. 그래서 단 한 가지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서 아플 정도로 가득 차 버린다. 하지만 그 간장종지를 깨끗이 닦았을 때는 삼라만상이 그 안에 비춰 담긴다고 했다. 그러려면 산에 올라 도를 닦아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금식을 통해서도 가능함을 말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병이 마음에서부터 시작하기에 한의학에서는 가장 큰 병의 원인을 칠정(七情·사람의 일곱 가지 심리 작용)으로 바라보고 있다. 칠정이란 기쁨(喜), 분노(怒), 사랑(愛), 즐거움(樂), 생각(思), 슬픔(悲), 두려움(恐)으로 눈 2개, 콧구멍 2개, 귀 2개, 입 1개의 7개 구멍에서 우리가 인지해서 발생하는 감정을 말한다. 이런 감정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에 치우침이 생기고 쌓여 온몸의 소통을 막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느끼는 부분을 충족시켜 만족감을 얻고자 하나, 문제는 그 충족이 끝이 없다는 것이다. 채우지 못하니 해결책으로 마음을 비우고자 하나 눈·코·입을 다 막지 않는 이상 비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비운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잊어버리려고 하고 떨쳐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 사실 이는 감정을 승화시킴에서 비움이 가능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처를 크게 받아 그 사실을 잊으려 하나 잊으려 할수록 잊히지 않고 더 힘들어진다.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으려 하기 때문이며 이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좋은 해결책은 잊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그것만을 위한 방을 만들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즉 잊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며 승화시키는 것이다.

사람의 욕구 중 가장 강한 욕망이 성욕과 식욕으로 금식은 그중 식욕을 억제함에 감정을 승화시킨다. 금식에 들어가면 둘째 날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하는데 그날 저녁을 어떻게든 잘 넘기고 셋째 날 아침에 눈을 뜬 후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몸을 이끌고 가볍게 산책을 시작해보면 갑자기 다시 기운이 나기 시작하며 몸과 함께 마음이 가벼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금식만큼 중요한 것이 금식 후 보식이다. 금식 기간이 기능적인 부분과 마음에 작용한다면 보식은 기질적인 육체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몸이 느끼는 치유의 작업은 보식에서 이뤄지며 여기에 그 매뉴얼을 적어본다.

첫째 날 아침은 백미 1숟갈로 만든 죽을 먹고 점심·저녁은 백미 2숟갈로 만든 죽을 먹는다.

둘째 날 아침은 백미 2숟갈과 현미 1숟갈로 만든 죽을 먹고 점심·저녁은 묽은 현미죽과 물에 씻은 김치를 먹으며 저녁에만 묽은 된장찌개를 곁들인다.

셋째 날 아침과 저녁은 현미밥과 물에 씻은 김치, 묽은 된장찌개를 먹고 점심에만 현미밥과 시래깃국을 먹는다.

세 번으로 나눠 금식을 이야기해왔는데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정리하자면, 금식은 굶는 것이 아니라 기식(호흡)을 먹기 위함이며, 몸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소를 이겨낼 수 있게 기능을 각성시키기 위한 것이다.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을 승화시켜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집 안에 쓰레기가 쌓이듯 인체 역시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생명이요, 그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 건강이니 금식은 나를 관리함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최재영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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