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청각 복원 사업이 예산 핑계로 미적거릴 일인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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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31면   |  수정 2017-09-2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석주 이상룡 선생 생가인 ‘임청각’(안동시 법흥동)을 언급해 큰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지금도 아흔아홉칸 대저택이 반토막이 나 있다”며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임청각 복원 사업이 본격 진행되는 듯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복지예산 증액을 빌미로 임청각 복원 관련 사업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임청각 원형 복원사업은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 문화재청의 ‘일제 강점기 훼손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2016년부터 임청각 복원과 연관된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2020년까지 마무리짓기로 하고 매년 관련 예산을 배정해 왔다. 2010년 시작된 중앙선 사업에는 총 3조7천여억원이 소요되는데 올해까지 1조7천700억원이 투입돼 앞으로 3년간 1조9천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6천500억원가량 필요하지만 정부 예산 배정액은 2천56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복지재원 충당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인 데 따른 것이긴 하지만, 전체 SOC 예산 삭감폭이 20%인데 유독 중앙선 예산이 60%나 칼질당한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가 있자마자 국토부는 “중앙선 복선전철화사업을 적극 추진해 임청각 앞에 놓인 철도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곧이어 문화재청도 임청각 복원·정비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손발이 안맞는지 임청각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어 이대로라면 문 대통령 임기 만료인 2022년까지도 복원사업이 마무리될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내놨지만 실제로 증액될지는 미지수다.

임청각 복원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새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제가 조선의 독립 의지를 끊기 위해 훼손한 지 80년이 다되도록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민족정기를 지키는 일은 복지 확대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행동이 달라선 안된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줄일 게 아니라 더욱 늘려서 임청각 복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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