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얼굴알리기 불법 현수막 ‘눈살’ 연휴 기간 중 교차로에 몰래 내걸어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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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  발행일 2017-10-10 제3면   |  수정 2017-10-10

9일 오후 3시 대구시 북구 강북경찰서 인근 교차로에는 현수막 20여 개가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기초의원들이 내건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추석을 잘 보내라는 내용의 현수막에는 얼굴 사진과 정당명, 직함, 이름 등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원대오거리와 복현보성타운아파트 인근에도 평소보다 현수막이 많이 내걸렸다. 일부는 교통신호등 사이에 버젓이 설치돼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했다.

추석 연휴기간 대구 도심 곳곳에 불법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려 시민과 고향을 찾은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행법상 지정게시대에 설치되지 않은 현수막은 일부 예외조항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다.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이날 북구지역에서 수거된 불법 현수막은 1천200개에 달했다. 통상 하루 평균 수거되는 양(400여 개)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북구청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시작될 때는 불법 현수막이 많지 않았는데, 연휴 중간 몰래 현수막을 내건 것 같다”며 “명절 인사 등 공공 목적의 현수막에 대한 설치 신고를 했더라도 지정된 게시대 외에 설치한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 현수막 중에는 일부 정치인이 내건 명절 인사도 포함돼 눈총을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

직장인 정모씨(28)는 “지자체장이나 시의원, 구의원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현수막을 앞장서서 내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의아해했다.

이 같은 현수막 홍보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왔다. 북구 주민 김모씨(48)는 “아무리 추석 연휴를 잘 보내라는 덕담이 담겨 있다고는 하지만, 얼굴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벌써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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