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예술계에 바란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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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6   |  발행일 2017-10-26 제31면   |  수정 2017-10-26
[영남타워] 대구예술계에 바란다

지난 9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우혜영뮤발레컴퍼니의 발레공연 ‘카페 아루스’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러시아의 유명발레단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의 공연을 주로 봐왔던 기자에게 그 작품은 신선함을 줬다. 전체 공연의 흐름이나 무용수의 기량은 국내외 유명발레단의 작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지만 지역에서 만든 창작발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분명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창작발레가 아니라 대구를 대표하는 천재화가 이인성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인성을 소재로 한 무용작품은 지역에서 처음 제작됐다. 2007년 대구시립극단에서 ‘노을앞에서’란 연극을 선보인 적은 있었다. 이번 작품은 이때 대구시립극단 감독으로 작품을 연출했던 이국희씨가 연출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동안 지역문화예술인을 소재로 한 공연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그 표현방식도 좋지만 이번 공연처럼 예술인이 남긴 작품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것도 좋은 시도로 여겨졌다.

우혜영 뮤발레컴퍼니 대표는 몇년간의 고민 끝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구가 고향이기 때문에 지역 소재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오빠가 화가라서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데다 이인성이 지역사람이라 더 끌렸다”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인성의 그림에 강하게 끌렸다고도 했다. 빨강 등 화려하고 향토색 짙은 색상이 특히 좋았다. 우 대표는 “7개의 장으로 구성돼 전체를 공연해도 되고 1~2장씩 재구성해 공연해도 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계속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최근 지역예술계에서 지역예술인 현창사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역예술인의 삶과 그들의 업적을 공연화하는 것이다. 이는 대구라는 지역이 갖는 문화적 저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한국문화의 기틀을 다져나간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근대기에 지역에는 이인성을 비롯해 서화가 서병오, 소설가 현진건, 시인 이상화, 작곡가 박태준, 무용가 정소산 등 뛰어난 예술인이 많이 배출됐다. 이들은 한국 예술의 중심축을 만들어갔으며 후진양성에도 힘을 기울여 뛰어난 예술인도 많이 길러냈다. 큰 업적을 남긴 지역예술인을 작품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예술인이 현재 지역에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대구문화재단에서는 이들 예술인의 현창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대구를 대표하는 근현대 문화예술인물 12인을 1차로 선정, 발표했다. 선정된 인물은 서화가 서병오·김진만, 서양화가 이인성, 소설가 현진건, 민요학자 이재욱, 작곡가 박태준·김진균, 시인 이상화, 연극인 홍해성, 사진가 최계복, 건축가 윤학기, 무용가 정소산 등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이 선정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현창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현창사업 중 하나로 선정된 인물의 업적, 생애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역의 전문공연단체를 대상으로 제작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이상화, 현진건, 정소산 등의 삶이나 작품을 공연화해 무대에 올렸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그렇다보니 지역예술인의 위대한 삶을 많은 시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었고 어렵게 만든 예술작품이 한번 공연되고는 다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문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가치 확산사업’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지난해의 1차 선정에 이어 내년에는 서화가 박기돈, 시인 이장희, 작곡가 하대응, 영화인 이규환 등을 선정해 다양한 현창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일련의 지역예술인 현창사업을 보면서 대구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앞으로의 지역문화발전 가능성을 본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좋은 사업구상만으로는 큰 결실이 나지 않는다. 체계적이고 내실있는 사업 진행이 뒤따라야 한다. 대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이 사업이 바탕이 돼 지역예술인 현창사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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