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반계 고교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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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0면   |  수정 2017-11-24
[기고] 일반계 고교 이대로 둘 것인가
천재곤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 운영위원)

일반계 고등학교가 슬럼화됐다. 더이상 교육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도 많이 한다. 이 위기는 곧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다. 일반계 고교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평준화된 것은 1970년대다.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유형의 다양한 학교체제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정책이 시행됐다. 그 결과 고등학교를 기숙형공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마이스터고 등으로 등급화해 고교평준화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현재 일반계 고교에선 수업시간 중 많은 학생이 잠을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업종이 쳐도 복도를 배회하다 선생님과 부딪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교칙에 위배돼 선도위원회에 회부되는 학생이 많아져 생활지도가 한계에 이르렀다. 2015년 통계로 전국적으로 전체 학업 중단자 수는 2만2천636명이다. 이 중 대구의 경우 1천99명이 학교를 중도포기하고 있다. 일반계 고교 학업중단자수는 전국 1만3천878명이며 대구의 경우 366명에 달한다.

일반계 고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첫째, 입시 제도를 혁명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평준화에 이어 늦었지만 이제는 대학을 평준화할 때다. 늦어도 너무 많이 늦어버렸다. 지방 거점 국립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 공동학위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 입시가 폐지되고 대학이 평준화될 때만이 학교가 살아난다. 현재 학교는 ‘입시만 있고 교육은 없다’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협력을 바탕으로 전인적 인간의 발달을 이루는 교육을 위해서라도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이 평준화돼야 한다.

둘째,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수가 2천355명에 달하고, 타 시·도 특목고나 자율고로 진학하는 533명을 더하면 약 3천명의 학생이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이 숫자는 일반계 고교 각 학급마다 평균 5.3명의 성적 우수 학생이 더 분포될 수 있다. 자율형공립고의 경우를 포함한다 할지라도 4~5명의 성적 우수학생이 학급마다 더해질 경우 학급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지 못한 열패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가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기보다는 입시를 위한 교육의 선도에 서서 우리 교육을 왜곡시키고 학벌을 형성하는 등 사회적 폐해도 만만찮다.

셋째,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필수적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OECD 국가들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편이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많게는 1.5배 많은 편이다. 이는 교사 1인당 수업 시수는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편이지만 한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수는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개성과 주관이 강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통제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학생지도가 어려운 상태다. 선진국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학교의 규모도 줄이게 되면 학교 구성원들이 긴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집단 토론회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넷째, 학교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일반계 고에서는 학생 자치 문화가 전무한 상태로 학생회 간부들은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한 내신관리와 학생부 종합 전형을 대비하기 위한 경력관리용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어 학생회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교사의 지시나 통제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학생들의 행동 변화가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이루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학생자치를 통한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기에는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학력 간 임금 격차의 문제점이 해결되고 대학진학 학생들이 반이상 줄어들게 되면 교육 문제 또한 상당 부분 해결되지 않겠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또 대학입시가 바뀌고 교장 승진 제도가 바뀌면 학교 문화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기보다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천재곤 (대구미래교육상상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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