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대경언론인賞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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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3면   |  수정 2017-11-24
[조정래 칼럼] 대경언론인賞

대경언론인상이 올해 처음으로 수여된다. 올해로 창립 20년째를 맞은 대구경북언론인회가 지역 언론인에게 주는 상이다. 상은 대상과 특별상 2개 부문이다. 오는 28일 오전 11시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수상자는 지난 14·21일 두 번에 걸친 엄정한 심사 결과 결정됐다. 시상식 행사 전날 밤에 공표를 앞두고 있어 수상자를 알지만 밝히지는 못하는 대신 진심으로 그 수상을 미리 축하한다. 대구경북언론인회는 지역의 신문·방송 출신 전직 언론인들이 결성한 단체로 전국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에 비견하자면 대구경북의 관훈클럽으로 봐도 무방하다.

대경언론인상은 지역의 전직 언론인들이 현직 언론인들을 격려하고 성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현직 언론인의 모임인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올해의 기자상과는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특종상이나 공로상 성격으로 주는 또하나의 기자상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논의도 거쳤다. 따라서 수상의 영광은 기념비가 될 만한 저널과 저널리스트의 몫이다. 마땅한 대상이 없다면 수상자가 선정되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 언론인, 저널리스트를 전·현직으로 구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직장은 없어도 현장은 있고, 전직이 현직을 능가하는 왕성한 저술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대경언론인상은 전현직 나눔과 경계부터 허물었으면 한다. 특정 보도·기획과 언론인 단체 역시 수상 대상자여야 한다.

대경언론인 대상이 장족의 발전을 해나가려면 무엇보다 권위를 축적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1천만원인 상금 규모는 상의 무게감을 더한다.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금과 권위는 대개 비례한다. 현재 기자협회나 언론사 개별로 시행하는 기자상의 경우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아도 수백만원에 그친다. 대기업 등에서 주는 문화상은 억대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예외적이다. 시상에 소요되는 재원(2천만원)을 쾌척한 익명의 독지가는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지역 언론인상을 받을 만하다 하겠다. 대구경북언론(인) 대상 운영은 분권이란 시대적 흐름을 주도하는 일로 손색이 없다. 나아가 시상 부문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그러자면 점진적인 기금 확보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상의 권위는 공신력으로 완성된다. 상금 액수가 아무리 많아도 심사 과정에서 사(私)나 사(邪)가 끼면 돈자랑에 그치게 된다. 심사 절차의 공정성과 기준의 객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심사에서는 1·2차를 거치는 동안 채점 방식에 대한 수정을 거듭한 끝에 최고 점수와 최하 점수 사이의 구간이 4점차로 한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래자랑 등 일부 콘테스트 처럼 특정 심사위원이 특정인을 수상하게 하거나 떨어뜨리는 몰상식을 저지르는 불상사는 미연에 배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처럼 섬세한 안전망 마련에도 불구하고 놓친 점도 없지 않다. 바로 심사위원들의 채점 결과가 서로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이다. 심사위원들이 기자와 언론사 눈치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거나 고려되지 않은 것은 개선의 여지로 남는다.

첫술에 배부르랴. 이제 첫발을 내디딘 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대경언론인상이 기금과 권위를 시나브로 쌓아가도록 하는 것은 오롯이 지역 언론인들의 책무다. 무엇보다 언론 내부의 적극적이고 많은 참여와 호응이 급선무다. 현재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구성되고 활동 중인 언론인단체 등도 회원 확대와 외연 확장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자사 이기주의와 폐쇄성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이를테면 저널리스트에 전현직 나눔이 닫힌 체계라면 이제 과감하게 열린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수여하는 기자상 부문에 귀감이 될 만한 ‘선배언론인상’을 추가하면 어떨까.

곳간에서 인심나고, 상도 주고 받아야 정분(?)이 나는 법이다. 속보인다, 쑥스럽다 하지 말고 일단 저질러 놓아야 뭐가 돼도 된다. 대경언론인회의 언론상이 선후배 언론인 간 교류 확대와 상호발전을 지향하자는 함의를 분명하게 드러내게 하자. 상을 마련한 선배 언론인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지역 언론의 창대는 다름 아닌 너와 나의 손에 달렸다고 감히 제언하고자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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