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원내대표 경선에 투영된 ‘TK 자화상’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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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  발행일 2017-12-11 제30면   |  수정 2017-12-11
지역출신 한국당 터줏대감
원내지도부 경선에서 패싱
러닝메이트 요청도 손사래
자기정치 경험없는 의원들
태풍 지나가기만 기다리나
[송국건정치칼럼] 원내대표 경선에 투영된 ‘TK 자화상’

5·9 조기 대선 패배로 집권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한 자유한국당은 지난 7개월 동안 우왕좌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을 둘러싼 갈등은 집안 문제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없다. 반면,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의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에서 보여준 제1야당의 무력감은 감성적인 실망을 넘어 현실적으로 나라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국정감사를 전후해선 어쭙잖게 두 차례나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비바람만 잔뜩 맞고 슬그머니 의사당에 다시 들어가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이어진 예산정국에선 막바지에 제2야당인 국민의당에 주도권을 빼앗겨 ‘한국당 패싱’이란 말을 듣는 수모를 당했다. 사실, 대선 이후 조성된 다당체제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갑자기 제1야당을 이끌게 된 정우택 원내대표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문재인정부의 ‘개혁입법’에 드라이브가 걸릴 내년에도 한국당의 원내지도부가 견제력을 잃고 지리멸렬하면 곤란하다.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를 새로 뽑는 경선이 내일(12일) 실시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지도부는 정우택 체제의 혼란을 교훈삼아 보수정당의 야성(野性)을 정립해 문재인정부를 견제하면서 제1야당의 역할을 새로 다져야 한다. 당 안에선 원내대표 경선 표 대결 결과로 나타날 후유증까지 포함해 만성화된 갈등을 치유하는데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만큼 12·12 경선으로 탄생할 원내지도부는 한국당의 위기를 헤쳐나가고, 보수의 전환기에 한국당이 구심점이 되는 일을 사명으로 떠안는다. 한국당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이라면, 더구나 박근혜정부가 실패하고 보수가 황폐화된 데 조금이나마 책임감을 느끼는 중견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그 일에 뛰어들고 싶어야 한다. 기회를 보다가 난파선을 탈출하든지, 난파선이 다시 유람선이 된 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편승하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그래야 한다.

어제(10일) 원내대표 후보등록이 있었다. 몇차례 고비를 넘은 끝에 3파전으로 정리됐다. 원내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룰 정책위의장 후보 조합도 공개됐다. 김성태-함진규, 홍문종-이채익, 한선교-이주영 조(組)가 각각 홍준표계, 친박계, 중립파의 지원을 받는 구도로 짜였다. 그런데 여기에 대구·경북 출신 의원은 한 명도 없다. 3파전 구도가 되기 전 자천타천으로 출마 예정자가 난립했을 때도 출사표를 던지기는커녕 만지작거린 의원도 없었다. 심지어 몇몇 원내대표 출마자가 대구·경북의 중견의원들에게 정책위의장 후보로 등록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나서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고사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번에 대구·경북 중견의원들은 원내대표 후보들이 가장 잡고 싶어한 러닝메이트였다. 한국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99명(비례대표 포함 116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은 21명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이 없어 무주공산이 된 까닭이다.

지역의 모 의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모 원내대표 후보는 “TK 의원들이 너무 위축돼 있는 것 같더라. 중앙무대에서 활동할 자신감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근혜정부 실패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의원들은 개인의 정치생명마저 위태로운 상태에서 숨을 죽이고 있고, 박근혜정부 시절 어느 정도 비껴 있던 중견의원들은 자기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어 나서길 꺼린다. 이들은 회오리 바람이 지나가기만 마냥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맞서 싸우지 않으면 회오리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의 정치지형을 확 바꿔놓을 게 틀림없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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