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은 다 살로 간다

  • 임호
  • |
  • 입력 2017-12-26 07:45  |  수정 2017-12-26 11:01  |  발행일 2017-12-26 제20면
지방세포 크기·세포 수도 증가
소아비만 80% 이상 성인비만
식습관·운동부족·유전 등 원인
성인병·성조숙증·우울증 유발
20171226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통념 때문에 아이의 비만을 방치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어릴 때 생긴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소아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소아에게 가장 흔한 영양 장애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동기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08년 8.36%에서 2016년 14.3%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 아이가 한눈에 봐도 비만임을 알아볼 정도라면 당장 본격적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비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아이의 키와 몸무게로 비만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비만으로 진단하고 중증도를 평가하는 척도로 흔히 체질량지수와 비만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는 체중(㎏)÷{키(m) X 키(m)}로 계산한 것으로 85~94백분위수이면 비만 위험군,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이다. 6세 이상 특히 청소년 비만의 진단에 가장 유용하게 이용된다. 18세 이상에서는 23~25㎏/㎡이면 비만 위험군,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비만도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해 계산한다. 비만도(%)=(실측체중-표준체중)/표준체중X100이다. 성별, 연령별, 신장별 체중 50백분위수를 표준체중으로 비만도를 계산해 20% 이상이면 비만이다. 10~20% 과체중, 20~30% 경도비만, 30~50% 중등도비만, 50%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표준체중의 2배(100% 이상)를 초과하면 초고도(Morbid)비만이라 한다.

아이가 뚱뚱해지는 이유는 비만에 걸릴 수밖에 없는 생활 패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TV 시청·컴퓨터 게임 등 비활동적인 생활로 인해 칼로리 소모량이 줄어드는 반면 고지방·고칼로리·저섬유식·불규칙한 식사·잦은 외식 등에 의해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비중은 늘어났다.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외에 아이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역시 비만의 원인이다. 학교 수업시간만 살펴봐도 아이들의 신체활동에 도움이 되는 체육 시간은 현격히 줄어든 반면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는 수면시간은 줄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대사능력이 떨어지고 비만을 부추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식욕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아비만의 원인으로 유전적인 영향도 있는데, 부모가 비만이면 자식의 80%, 부모 중 한 쪽이 비만이면 40%, 부모 모두 비만이 아니면 7%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비만의 경우 지방세포 수는 정상이고 세포의 크기만 커지는 것이지만,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질 뿐만 아니라 지방의 세포 수도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비만이 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대사증후군(고지혈증, 지방간 혹은 지방간염, 고혈압 등 심혈관계 합병증, 제2형 당뇨병) 수면 무호흡 증후군, 골관절 합병증 등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다.

정상적인 성장 발육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비만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신장이 크는 것을 막는다.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관절이나 성장판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는 성조숙증도 소아비만과 관계가 깊다. 성조숙증은 사춘기를 앞당겨 성장 가능 시기를 단축시킴으로써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비만 아이들은 열등감, 자신감 저하, 대인관계 장애 등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아이에게 엄격한 다이어트를 강요하거나 열량을 제한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수정하는 일이 먼저다.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빨리 먹는 것은 과식과 폭식을 조장하므로 천천히 먹어야 한다.

신체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미디어를 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 아이들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의 격려가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게 칭찬하고 긍정의 말을 해줘야 한다. 비만의 정도가 심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도지부


■ 소아청소년비만 예방 5계명


① 아침을 꼭 먹자

-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점심 식사 때 폭식하거나 간식으로 고당분 인스턴트 식품을 먹을 우려가 있음.

② 세 끼 식사 골고루 먹고 천천히 씹어먹자

- 뇌에서 포만감 느끼는 데 20∼30분이 걸리기 때문에 천천히 씹어먹으면 같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소화에 좋음.

③ 채소를 많이 먹자

-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비만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임.

④ 매주 3번 이상 운동

- 자전거·줄넘기 등 활동량이 많은 유산소 운동이 비만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임.

⑤ 컴퓨터게임·TV시청 줄이기

- 컴퓨터·TV 자주 보면 가만히 앉아있는 습관이 들어 활동량이 줄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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