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 집에 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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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9 08:18  |  수정 2018-01-09 08:18  |  발행일 2018-01-09 제25면
[문화산책] 우리 집에 왜 왔니?
김성민<동시인>

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군 시절을 빼곤 대구를 오래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구 토박이말만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법 유창하게(?) 말입니다. 가끔 이야기할 때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 불쑥 튀어나와 듣고 있던 분들이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고, 어떨 땐 한목소리로 ‘그래, 그런 말이 있었지’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울말(?) 쓸 이력이 아닌데 서울 사람(?)처럼 유창하게 쓰는 걸 보고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분 말씀이 서울말을 연습한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토박이말을 쓰면 왠지 좀 촌스럽게 보여서 그랬답니다. 서울말을 쓰면 사람들이 좀 다르게 봐준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아나운서 같이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제주지역 도서전’이 열렸습니다. 제가 꾸려가고 있는 출판사 ‘브로콜리 숲’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쉽지만 참가하질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약 80%가 서울·수도권에 있다고 합니다. 그 외 다른 지역의 출판사들이 힘을 모아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한지연)’를 만들었고, 그중 한 사업으로 지역 도서전을 제주에서 연 것입니다. 그 일에 힘을 얻었는지 현재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출판진흥조례’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만의 콘텐츠를 제주민의 손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이지요. 지역출판이란 말 그대로 지역 출판사가 지역작가와 힘을 모아 지역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도 이런 멋진 생각들을 해보면 어떨까요? 지방분권시대의 중심은 맨 먼저 지역 문화가 묵직한 터를 잡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알기로 우리 지역에는 전국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이 많습니다. 아직은 무명이지만 잠재력 있는 분들도 많고요. 힘을 모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로 동시 한 편 써봤습니다. 우리가 모두 한 종류의 말만 쓴다면 세상은 얼마나 밋밋하고 심심할까요? 다양한 토박이말이 방송에서 들려오는 상상을 해봅니다.

‘깨진 벽 틈새에 핀 민들레한테/ 번쩍번쩍 제복 입은 풍뎅이가 날아와 물었다// 이거 니가 깼재?// 내가 안 깼는데예// 카마 누가 이랬노?// 원래부터 이랬는데예// 어데서 따박따박 말대답이고? 바른 대로 안 대나?/ 너거 집 어데고? 너거 엄마, 집에 있재?// 여기가 우리 집이고예/ 엄마는 어데 있는지 잘 모르는데예’(‘우리 집에 왜 왔니?’ 전문) 김성민<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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