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단 91번째로 공동입장…김연아 성화 점화

  • 명민준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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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0   |  발행일 2018-02-10 제3면   |  수정 2018-02-10
개막식 이모저모
20180210
성화 점화//김연아가 9일 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성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평창에서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9일 오후 8시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개·폐회식장에서 열렸다.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을 메인 테마로 한 개막식은 한국 전통문화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3천여명의 출연진이 꾸민 한 편의 겨울동화 같은 공연으로 펼쳐졌다. 조직위는 개회식 준비를 위해 2015년 7월 송승환 총감독을 선정하고 영상, 음악, 미술, 의상, 안무 등 각 분야에서 예술감독단을 구성했다.

◆선수·관중이 이뤄낸 행동하는 평화

개막을 2시간쯤 앞둔 오후 6시부터 관중이 제자리를 찾아 착석하기 시작했다. 전광판에는 관중의 개막식 호응을 유도하는 문구가 지속적으로 공지됐다. 조직위가 방한용구와 함께 제공한 소고를 신호와 함께 두들기라는 요청과 성화 모양 전등을 사인과 함께 켜라는 내용이었다. 관중은 전광판의 설명에 따라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막식 시작 직전까지 관중석은 유명 관광지로 돌변한 모습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관중은 서로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면서, 각자의 국기를 들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전 행사로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등장해 평화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순간, 북한 미녀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며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강광배·이승엽·황영조·박세리 등
대표체육인 8명 국기 들고 무대에

그리스선수단의 입장으로 시작
南 원윤종·北 황충금 공동 기수

세계 50억 인구 시청 역대 최고



개막 10초를 앞두고 관중은 입을 모아 카운트를 셌고, 축포와 함께 개막식이 시작됐다. 오륜기 색(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의 점퍼를 각자 갖춰 입은 다섯 아이가 등장해 평화의 땅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이어 장구를 둘러멘 전통 악단이 등장해 원 형태의 무대에서 태극 무늬를 그리며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어 한국을 빛낸 8명의 체육인 강광배(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진선유(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박세리(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이승엽(전 삼성라이온즈 선수), 황영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서향순(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임오경(올림픽 핸드볼 금메달리스트), 하형주(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가 국기를 들고 무대 위에 올랐다.

국기게양 및 국가제창 순이 끝난 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단의 첫 입장을 시작으로 각국의 선수단이 줄지어 무대 위에 등장했다. 입장식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와 김정은 닮은꼴의 관중이 관중석을 휘젓고 다니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나 된 코리아 11년 만에 공동입장

남북 선수단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공동입장했다.

전체 92개 나라가 참가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코리아는 가장 마지막인 91번째로 입장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코리아팀을 이루면서 입장한 나라는 91개로 1개 줄었다. 우리나라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과 올림픽 첫 남북 단일팀의 일원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황충금이 사이좋게 한반도기를 양손으로 쥐고 선수단의 공동입장을 이끌었다. 공동 기수의 뒤를 따라 우리나라 선수·임원 147명, 북한 선수·임원 50명 등 200명이 박수갈채 속에 공동입장해 평화올림픽의 서막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코리아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손을 흔들며 코리아 선수단을 환영했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35명은 모두 개회식에 참석해 더욱 자리를 빛냈다.

국제대회 남북 공동입장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이래 역대 10번째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다.

◆문 대통령, 평창동계올림픽 개회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강원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 대회인 평창동계올림픽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개회 선언 후 평창 스타디움 주변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져 17일간 열전의 시작을 알렸다. 앞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환영 연설에 이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개회 선언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흰색 바탕에 ‘팀 코리아’가 박힌 우리나라 선수단의 패딩을 입고 본부석 중앙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의 요청 후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힘차게 대회 개막을 선언했다.

◆세계 50억 인구 평창올림픽 TV 시청

이미 동계올림픽 최다 참가국 신기록(92개국)을 작성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TV 시청 범위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9일 펴낸 IOC 마케팅 가이드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은 TV 시청 범위와 방송 시간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전 세계 50억 인구가 TV로 평창올림픽을 시청할 수 있다. IOC는 개최국 한국에서 TV 중계 분량은 2014년 소치 대회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에선 NBC 유니버설 TV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2천400시간 이상 평창올림픽이 중계된다. 이는 미국 동계올림픽 방송 중계 사상 최다 시간이며 2010년 밴쿠버 대회, 2014년 소치 대회 방송량을 합친 것과 같다.

유럽 48개국에도 디스커버리 유로스포츠를 통해 4천 시간 가까이 평창올림픽 전파를 탄다. 올림픽 미국 내 주관 방송사인 NBC는 인텔사와 협업으로 생생한 가상현실(VR) 제작 프로그램을 50시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IOC가 2001년에 설립한 올림픽 주관 방송인 올림픽방송서비스(OBS)는 450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평창올림픽 전 종목을 5천 시간 이상 중계한다.

◆김연아, 평창 성화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 성화를 다시 밝힌 이는 예상대로 김연아였다.

그는 성화 점화대 앞에서 흰색 드레스에 스케이트를 신고 우아한 연기를 펼쳤다. 이어 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남측), 정수현(북측)으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았다. 김연아의 손끝에서 번진 불꽃은 성화대에 옮겨붙었다. 1988년 10월 2일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 성화가 꺼진 뒤 약 30년 만에 다시 불꽃이 타올랐다.

김연아는 일찌감치 평창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성화 점화자로 예상됐다.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한 시대를 호령했다. 처음 출전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당시 최고 점수였던 228.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판정 논란 속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가 가진 상징성은 메달 색과 메달 개수로 평가하기 힘들다. 그는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땅을 담대하게 걸어갔고, 열악한 환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많은 이들은 김연아의 연기를 보며 용기를 얻었고, 도전의 가치를 아로새겼다.

평창에서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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