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후퇴 정부개헌案 수용 못해”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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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  발행일 2018-03-19 제1면   |  수정 2018-03-19
발의 앞두고 자치입법·재정권 실질적 보장 요구 거세져
“연방제 수준 약속에 크게 미흡…수도권 중심 여전” 비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가 지난 13일 청와대에 보고한 정부 개헌안 초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실현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조만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 개헌안 최종안에는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자문특위와 지방분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 개헌안 초안에는 지방분권과 관련해 전문과 총강 등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국가와 지방정부 간 사무를 배분할 때 지방정부가 1차적 권한을 갖고 중앙정부가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충성의 원칙’이 반영됐다.

그러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 핵심 쟁점에 대해 현재보다 진일보한 1안과 현행과 비슷한 수준의 2안의 복수안으로 제시됐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1·2초안 모두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이라는 당초 기대치와는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자치입법권의 경우 국민 기본권 제한(헌법 제37조 2항)에 준해 자치 법률을 제한한다는 것으로 확대하는 안이 1안이고, 2안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조항(헌법 제117조)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개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지방분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1·2안 모두 법률 우위의 원칙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히 중앙정부가 법률의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2안은 지금 체계와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 상임대표인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자문특위 안은 외교, 국방, 금융, 통화 등 국가존립과 전국적 통일성을 요하는 부분은 중앙정부가 입법권을 갖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입법권을 갖도록 한 국회 개헌·정개특위 자문위 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이 같은 정부 초안이 나오자 지역에서는 자문특위가 낡은 수도권 중심주의 논리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는 충분한 지방분권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이번에 초안을 보고 받으면서 “지방정부·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을 현실적으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대표는 “지방분권은 중앙집중형 국가체제의 한계가 온 상황에서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을 혁신하자는 것인데, 초안은 지방분권 생색만 낸 모양새”라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수차례 언급한 문 대통령은 초안을 전면 재검토해서 제대로 된 지방분권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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