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이양증 22세 청년 “손가락 힘만 남았지만 난 행운아”

  • 황국향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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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4   |  발행일 2018-04-04 제13면   |  수정 2019-01-14
6세 때 진단…16년 투병 곽문섭씨
가족·친구·교사들 헌신적 도움 덕
지난 2월 경북대 컴퓨터학부 졸업
현재 글쓰기·홍보포스터 재능기부
20180404
지난 2월 경북대를 졸업한 곽문섭씨가 부모님과 함께 교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경숙씨 제공>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6세 때 근이양증 진단을 받은 곽문섭씨(22·대구시 동구 불로동)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았지만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한다. 몸이 불편한 탓에 초등학교 졸업을 목표로 삼았던 그가 지난 2월 경북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곽씨의 학창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부 급우들은 그의 장애를 놀려댔고 비가 오거나 추울 때면 등하교마저 어려웠다. 비장애인과의 통합교육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교와도 싸워야 했다. 특히 도우미의 도움 없이는 책 한 장 넘길 수 없었던 상황은 그를 더욱 절망 속에 빠뜨렸다.

하지만 어머니 서경숙씨(51)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교사들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희망을 바라보며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특수교육실무원으로 학교에 함께 있어준 덕분에 비장애인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그의 삶에 맞춰 살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었던 아버지와 누나들도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학교에서 그를 걱정하며 돕던 교사와 친구에 대한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주변의 관심과 성원이 이어지면서 그는 고교 재학 시절 일반 학급에서 공부할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일반 수능보다 1.5배 긴 장애인 대상 수능시험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공부량이 많은 대학 시절에는 잠시 방황도 했지만 곧 극복했다. 곽씨는 “몸이 불편한 데다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공부가 어렵고 힘에 겨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도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격려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기업인장학금과 SK전국장애인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곽씨는 현재 글쓰기와 홍보포스터 재능기부에 열중하고 있다. 호흡능력은 비장애인에 휠씬 미치지 못하고, 심장 근육도 약해지지만 멈추는 법이 없다. 그는 “앞으로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과 웹디자인 공부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대학 졸업 때 벅차오르던 감정을 지금까지도 느끼고 있다. 많이 힘들었지만 삶의 이유를 알려주고, 활력을 선사해준 아들이 무척 고맙고 대견하다”면서 “교육현장에 장애인 시설이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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