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홍콩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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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6   |  발행일 2018-04-26 제30면   |  수정 2018-04-26
기획전 등에 전문성·자신감
관람자 대하는 진지한 태도
인파 몰리는 대중적 파급력
일상에 파고든 예술적 무드
아트바젤 홍콩 ‘깊은 인상’
[여성칼럼] 홍콩과 예술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더불어 도시 자체의 경쟁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홍콩이 선택한 새로운 동력은 예술이었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과 자본이 모이도록 정책을 실현한 바 있다. 홍콩시는 1999년 주룽(九龍)반도 서쪽 끝 40만㎡에 미술관, 공연장 등 17개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시주룽 문화지구(WKCD)를 조성했다. 외형뿐 아니라 3만점 이상의 작품을 정리한 비영리 단체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AA)’는 정평이 나있을 정도로 풍성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홍콩은 이렇게 비영리 학술 기능의 지지와 지원을 통해 관련 업계의 권위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미술품 거래의 면세정책을 유지하며 시장을 활성화한다. 또한 미술 분야 여러 관계자의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중국 본토의 큰손은 물론 세계 각지 관련자를 불러들였다. 이러한 도시의 노력은 2013년 대표적인 국제 미술시장인 스위스 아트 바젤을 유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트 바젤은 기성의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하여 ‘아트바젤 홍콩’으로 정비한다. 아트바젤 홍콩의 개최 시기에는 미술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한다. 공연예술축제인 홍콩아트페스티벌 플러스도 이 기간에 진행된다. 세계미술시장의 거래규모가 대략 63조원 된다고 하는데, 아트바젤 홍콩은 미술시장뿐 아니라 홍콩의 전반적인 내수 효과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올해 6회를 맞이하는 아트바젤 홍콩은 32개국 248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현장에서 본 아트 바젤 홍콩은 몇 가지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문성, 응접 태도, 대중적 파급력이다.

행사는 작품의 실거래자 등이 주로 다녀가는 사전개막과 본 행사 개막으로 나뉘는데 선별된 화랑들의 참여, 기획전, 비영리 관련 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 구성한 방식에서 전문성이 느껴진다. 본 행사와 행사장 주변 복도, 외부 시내 곳곳에 연계되는 행사들은 아트바젤 홍콩이 시장 기능을 넘어 미술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데 이 역시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아트바젤 홍콩, 아트센트럴, 뉴욕 현대미술관의 분점이나 아카이브 단체 등 기타 비영리 미술단체들의 참여뿐 아니라 유서 깊은 경매의 개최, 미술 내용을 재료로 삼아 제작한 가상현실 사업체의 참여도 의미 있다.

두 번째 깊은 인상은 관람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곳인데도 그곳에 간 관람자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신입 영업사원보다 더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응대한다. 작품의 구매도 중요하지만, 기부문화가 정착된 사회는 연구나 전시가 진행되도록 후원하는 기부도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릴 필요가 절실하고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기부할 명분을 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세 번째는 이 행사의 대중적인 파급력이다. 컨벤션 건물을 감싸는 긴 줄에서, 인근 공원에 모여드는 인파에서 체감했지만 돌아오는 날 아침에 목격한 풍경이 의미심장하다. 식당의 창밖 너머로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청소하는 분인데 주변 꽃잎을 모으더니 정성스럽게 ‘I Love H.K.’이라 쓰곤 매우 흡족해하는 장면이다. 꽃잎 글자는 광장에 있는 조형물 아래 놓였는데, 이 조형물은 말풍선 모양이다. 그러니 말풍선 윤곽으로도 된 조형물은 마치 ‘아이 러브 홍콩’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형상이 되었다. 이 장면은 예술적인 무드가 일상에 파고드는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의미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행사의 진행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전파되는 예술적인 여러 무드가 일상 속에 파고드는 대중적인 파급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리적 소유는 한정되어 있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보기의 방식과 나누기 방식은 가치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고 이 점은 바로 전시 행사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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