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이면 큰 힘, 정치 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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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00:00  |  수정 2018-11-13
20181113

 얼마전 가을맞이 집안 대청소를 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오래된 고물들이 가끔 튀어나오곤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추억의 물건 하나를 발견하곤 한참 웃으며 잠시 여고시절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같은 반 친구 대여섯이 매일 500원씩 모아서 말일에 그달의 순번인 사람이 모인 돈을 가져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계(契굛표준국어대사전-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전래의 협동 조직)를 한 적이 있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용돈은 빠듯했고 혼자서 푼돈을 모으는 것도 여간 마음을 먹지 않고는 쉽지 않기에 이 기회에 목돈을 만들어 원하는 바를 이루어 보자며 그 모임에 기꺼이 동참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여럿이 함께 모았기에 단기간에 큰 액수가 되어 매달 한 명씩 각자의 소망을 이룰 수 있었고, 필자도 덕분에 당시 학생들의 필수템이었던 워크맨(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구입할 수 있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물건이지만 당시 중고생은 누구나 가지고 싶은 아이템이었고, 다소 고가의 물건이라 꿈도 꾸지 못하던 때였다. 하지만 하루하루 매점 간식으로 써버리면 그만인 동전 500원을 모아 소망을 성취했고, 지금도 그날의 뿌듯함과 500원의 힘을 떠올리니 흐뭇하다.
 

일시에 큰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안의 큰 행사나 어려움을 당할 때 계원들끼리 상부상조하여 쉽게 해결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우리 전통 협동조직 계(契) 문화는 현재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우리 정치문화에서도 ‘정치후원금’ 제도가 이 정신을 이어 받은 제도가 아닐까.
 

정치후원금이란 국민이 정당 또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기부금을 말한다. 이런 정치후원금은 왜 필요한가.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필수적이고,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활동 역시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굛단체의 기부를 금지하고 있어 정치자금을 모금하기가 쉽지 않아 정치인들은 불법자금의 유혹에 빠지고 소수의 재력 있는 개인이나 단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소액다수 정치후원금 기부에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응원한다면 일부세력에 좌우되지 않고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활동을 소신껏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에게 그 정책이 잘 실현되도록 지지를 보내는 방법 역시 정치후원금 기부이다. 개인의 흩어진 자금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만 정치후원금은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치후원금은 개인이 후원하고자 하는 정당 및 정치인의 후원회를 통해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기부해 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각 정당에 지급하는 ‘기탁금’이 있다.
 

기탁금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나 각급 학교의 교원도 기부할 수 있으며,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에서 공제되고 10만원을 초과한 금액은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와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 휴대폰 요금 결제 및 간편결제(카카오페이 등)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다.
 

육아고민, 청년실업, 노인복지 등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후원금 기부에 함께 동참해보자. 소액다수 정치후원금 기부는 혼자 헤쳐 나가는 것보다 쉽게 희망의 문턱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건전한 민주정치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권 미 향 (대구 달서구선관위 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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