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면(對面)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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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08:24  |  수정 2018-11-20 08:24  |  발행일 2018-11-20 제25면
[문화산책] 대면(對面) 서비스
최민우<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대면 서비스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했고, 역사 내 창구 직원에게 기차표를 구입했고, 인터넷으로 예매한 영화 티켓도 직원과 마주하며 발권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민원24를 통해 각종 서류를 발급하고, 기차표와 영화관 티켓은 발권할 필요 없이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주요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식당에서 무인화 기기를 활용해 주문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 무인화 기기는 키오스크(Kiosk)라 불린다. 키오스크란 단어가 생소하게 들리지만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은행과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도 키오스크의 대표적인 예다.

공연장의 경우는 어떨까. 무인화 시스템이 보급화돼 있지만 공연장에서는 여전히 대면 서비스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예매 방법이 있지만 주관객층인 40~60대는 방문 또는 전화예매를 선호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티켓 예매 서비스로 꼽히는 티켓링크와 인터파크티켓 등도 아직 공연장 무인발권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물론 전국의 몇몇 공연장은 자체 예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인발권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필자는 낮이면 공연 홍보업무를 맡지만 공연이 열리는 저녁이면 관객을 위한 대면 서비스 업무를 맡는다. 연 평균 6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진행하다보니 공연 때마다 수많은 관객을 만나게 된다. 유럽처럼 백발의 관객이 주를 이루기보다 4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의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룬다. 몇몇 관객들은 한 달에 평균 한 번 이상 공연장을 찾아 주니 성함과 얼굴은 외우고 있고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크다. 게다가 티켓을 찾을 때마다 나의 안부까지 여쭤주니 일하면서 느낄 수 있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공연은 무대 위 출연진과 관객이 있어야 한다. 출연진과 관객은 연주를 매개체로 함께 공감하고 호흡하며 완벽한 예술행위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고 만족스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역할이 주어진다.

물론 시간이 흘러 지금의 청년 세대가 주관객층이 된다면 환경은 변할 것이다. 현대 젊은 세대는 갈수록 개인적 성향이 강해지고 대인 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면서비스가 필요한 곳은 무인화로 대체될 수 없고 공연장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민우<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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