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운전자에겐 ‘휴식’·대구 경제엔 ‘신산업 기회’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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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5 07:34  |  수정 2018-12-15 09:18  |  발행일 2018-12-15 제5면
미래차가 바꿔 놓을 2040년 대구의 모습
20181215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던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올 3분기 극적으로 흑자 전환하자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2009년 구글이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에 들어간 이후 2020년 상용화에 들어설 것으로 예고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에너지 관리부터 제품 운용, 판매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제조와 판매만을 떠올려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산업은 이미 미래차 위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30년이 되면 자율주행차의 보급으로 일반자동차가 82%나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완성차업체의 80%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일부 자율주행자동차 제조업체와 소수의 자동차제조업체만 남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안전거리 확보 필요성이 줄어 도로 효율성이 증가하고,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의미가 사라져 도심지 주차장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출퇴근의 변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자동차 관련 금융서비스 및 자동차보험 등을 포함해 사회, 경제 및 산업구조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다양한 업종에서 신산업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검색·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는 새로운 영역인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매달린 지 오래다. 이미 시험 운행용 차량 제작까지 마쳤고, 실제 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도 받았다. 자율주행차로 도로 운행을 하고, 자동차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LG CNS는 사업을 하며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시장에 뛰어들었고, 친환경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포스코 등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과 차세대 강판 ‘기가스틸’로 기존 사업을 혁신해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재관 본부장은 지난 7월 열린 ‘한국생산성본부(KPC) CEO 북클럽강연’에서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래 스마트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속히 ‘오토모티브4.0’의 측면에서 서비스와 신기술·신산업을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자동차’의 핵심을 전기차로만 본다면 앞으로 벌어질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전기차는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자동차산업의 개념을 바꾸는 미래자동차의 발단이다. 내연기관 엔진을 떼고 전기 구동모터를 달면서 자동차산업에서 전기장치(전장)의 비중이 높아진다. 여기에 인공지능 등 다양한 정보기술(IT)까지 결합되면서 자동차 자체보다는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 이를 통한 서비스산업이 생겨나면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를 품게 됐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 자동차산업은 서비스와 신기술·신산업을 합친 융합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구현될 기술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미래차가 달리는 미래’를 그려봤다.

생활을 혁신할 미래차 세상

신천대로와 시내 도로 양옆에 늘어선 관제탑
자율차가 주변 차·도로인프라 정보 공유 모습
AI기반 자율주행 교통법규위반·사고도 급감


2040년 12월의 어느 날. 대구 신천대로에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도로에서 엔진음과 차량 특유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던 차량 배기구는 막혀 있다. 차량 앞 뒤에는 ‘파란색 번호판’이 달려 있다. 오래 전엔 간혹 볼 수 있던 번호판이었다는데 이젠 흰색 번호판이 달린 차량을 보기가 어렵다. 10년 전 단종된 차량도 부품 교체를 통해 친환경차로 개조됐다. 간혹 하이브리드차가 보일 뿐 내연기관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로 양옆에는 관제탑이 늘어서 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관제탑과 교신하는 것처럼 자율주행차가 5G 통신망을 기반으로 주변 차량 및 도로 인프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일상이다.

자율주행은 대중화된 지 오래다. 차량 내부 내비게이션이 있던 자리에는 대시보드 스크린이 들어섰다. 차량의 위치, 도로와 차량 등 주변 정보, 목적지가 시각화돼 보여진다. 주변 차량은 파란색 사각형으로, 행인들은 3차원 원형으로 표시되며 4초마다 도로와 가로수 등 외부 풍경이 나타난다. 차선을 변경하려다가 여의치 않아 포기하거나 커브를 돌 때마다 음성으로 다음 동작을 안내한다.

운전석에 탄 한 남성은 조수석에 탄 여자친구와 함께 차량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를 보고 있다. 좌석을 뒤로 젖힌 채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이틀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도로도 있지만 걱정은 없다.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차량 전면부에 달린 카메라로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빙판길 교통사고는 옛말이 됐다. 2030년 무렵, 자기 집의 주차장에서 골목길을 거쳐서 일반도로로, 고속도로로, 목적지 주차장까지 모든 지역에 대해서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발전한 뒤부터다.

교통사고 사망·부상자는 20년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과거에는 세계적으로 매년 120만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90% 이상이 운전자 실수였다. 자율주행차 센서는 사람처럼 지치거나 한눈팔지 않고, 항상 부지런하고 정확하게 전후좌우를 살핀다. 게다가 20년 넘게 쌓인 빅데이터로 어떤 상황에서도 AI가 신축적 판단을 내려 사고율을 큰 폭으로 낮췄다. 교통신호 위반건수도 급감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신호와 규정속도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프로그래밍됐기 때문이다. 고지식하게 법규와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답답해하는 운전자도 있다. 자율주행을 못 미더워하는 운전자들은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작동이 불가능하다.

주유소는 전기충전소로 바뀌었다. 예전엔 충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배터리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시간이 짧아져 몇년 전부터 그런 얘기도 듣지 못한 것 같다.

경제 생태계를 뒤바꿀 미래차 산업

車산업이 제조업·서비스업 아우르는 새구도
신기술 등장에 주력 車부품·기계설비 쇠락
소프트웨어 등 IT업종 대구 대표산업 우뚝

2040년 지역경제 생태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19세기 말 등장한 자동차가 사회와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것처럼, 미래차는 또 한 번 생활과 산업 풍경을 혁신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은 모든 기존 질서를 바꾸고,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 등은 기존의 모든 기득권을 파괴했다.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사가 10년 전엔 매물 신세로 전락했다. 20년 전에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이었지만 내연기관차량 부품 생산을 고집한 탓에 경쟁력이 크게 뒤처져 무너진 것이었다. 이 업체의 2~4차 협력사도 줄줄이 무너졌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가 자동차 시장을 바꾸기 전까지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의 물량 수주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몇년 사이에 물량이 크게 줄면서 위기가 엄습했다. 유럽에 이어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중단되면서 수출 활로가 막혔다. 앞서 전기차 부품을 개발했으나 핵심부품이 아닌 탓에 단가가 낮고 물량도 적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2015년에 작성한 ‘내연기관 및 전기차 부품 수 비교’ 자료를 보면, 내연기관의 부품 수는 3만개에 달하지만, 전기차 부품은 40% 가까이 적은 1만8천개다. 부품 수만 적은 게 아니다. 기계장치는 크게 줄고 각종 센서와 컨트롤러, 인포테인먼트가 접합된 전자부품 수의 비중이 높아졌다. 배터리·모터·인버터·감속기 등 전장을 가동하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기차 부품 생산은 해냈지만 전장이 아닌 단순 기계부품을 양산화한 업체들의 경우에도 경쟁력은 뒤처졌다. 일부 중견기업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로 전락했다. 전기차 부품 개발조차 못해보고 몰락한 업체도 많았다.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전후방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면서 연관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를 관망한 결과는 참담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생산량이 2012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완성차 업체 주도의 독과점 시장이 개선되지 못한 탓도 크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기반 자동차부품사들은 몰락했지만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들은 성장을 거듭했다. 센서·소프트웨어·데이터 서비스를 다 종합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한 업체는 기업 가치가 수천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성공한 벤처’ 신화로 우뚝 섰다.

전기·자율주행에 관련된 신산업도 생겨났다. 핸들·엑셀레이터·브레이크 조작 등이 필요없게 되면서 ‘자동차 안의 풍경이 어떻게 바뀌고,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운전자는 자동차가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새롭게 만들어진 엄청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성과를 거뒀다. 대구의 산업구조는 바뀌었다. 주력산업이던 자동차부품과 기계설비는 쇠락하고, 소프트웨어 등 IT업종이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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