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어이없는 친박신당설…TK 보수통합 용광로 돼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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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8   |  발행일 2018-12-18 제30면   |  수정 2018-12-18
‘박근혜’이름으로 선거하던
‘따뜻한 시절’ 잔영 남아있나…
친박신당은 결국 자멸의 길
보수진영은 서로 네탓 말고
다음정권 창출에 매진해야
[화요진단] 어이없는 친박신당설…TK 보수통합 용광로 돼야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보수신당’ 망령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여의도’를 다시 떠돌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5일 발표한 인적 쇄신안에 친박계 현역 의원 12명이 포함되면서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박 신당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부 의원들이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대구·경북 유권자를 파는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엔 자멸의 길이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TK 친박신당 발원지는 자칭 친박대표인 홍문종 의원인 듯하다.

경기도권 3선 홍문종 의원은 일찌감치 스스로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인적쇄신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그동안 비대위의 ‘인적 쇄신’에 반발하면서 “바깥에 친박 신당의 실체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이는 자신을 내칠 경우, 이미 찢어진 보수가 재분열하는데 선도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엄포로 비쳐졌다. 그러다 친박이 지원한 나경원 의원이 당 원내대표가 되자 안도했던 듯하다. 더이상 ‘보수 신당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됐고,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을 뛰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신당설의 본류는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대구 달서병)로 보인다. 대구권 3선으로 대한애국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 대표는 최근 홍문종 의원 등 한국당 당협위원장직에서 밀려난 의원들에게 “합류하자”는 제안을 날리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당에서 당장에라도 나올 의원이 수십명은 된다”면서 “급하게 서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당 인적쇄신 와중에서 당 몸집불리기 시도다. 2년 남짓 ‘태극기 집회’로 거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 대표는 탄핵반대 세력이 결집해서 내년 총선에서 탄핵지지 세력을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과정에 사심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의 심중에 ‘박근혜’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던 ‘따뜻한 시절’에 대한 잔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건지 묻고 싶다. 아울러 박근혜 전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 진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하는 것인지도 다시 한번 돌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현재의 보수 궤멸 책임에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그 당시 보수진영에 속한 모든 의원이 역사의 죄인이다. 모두가 스스로 죄인의식을 가지고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 최소한 국민에게 용서받는 일이다.

보수 진영에 속한 의원이라면 모두 이젠 네 탓 내 탓 말고 다음 정권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구 경북을 보수통합 용광로가 되게 해야 한다. 대구·경북을 분열의 진원지로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가 누구든지 다시한번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그동안 대구 경북 보수진영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 간의 골 깊은 감정싸움 때문에 왕창 망했다. 이제 두 전 대통령 구속 비판을 매개로 친박·비박 간의 화해를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인적 쇄신이 보수 ‘대통합’ ‘재도약’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정인에게만 마녀사냥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다시 ‘대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평론가는 “대구권에서 곽상도 의원(중구-남구)이 대구 경북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인적쇄신 대상이 된 데에는 무리한 점이 없지 않아보인다”며 “그가 박근혜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하였다고 하나 6개월밖에 재임하지 않아 전 정부 책임론을 떠안기엔 억울할 것이고, 특히 초선 야당 의원으로서 대여투쟁의 전면에서 충실하게 의정활동을 폈다는 국회 주변의 평가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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