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全大 출마 문 활짝 열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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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  발행일 2019-01-28 제30면   |  수정 2019-01-28
당내의 특정인물 불가론은
웰빙정당 시절엔 가능하나
비상시국엔 호사스러운 얘기
선택지 넓혀 흥행 일으켜서
책임당원이 걸러내게 해야
[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全大 출마 문 활짝 열어야

한 달 남은 자유한국당의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인의 출마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음에도 보수가 어려울 때 뒤로 빠졌던 황교안, 서울시장 자리를 허무하게 진보진영에 넘기고 탄핵 때 탈당한 오세훈, 막말 논란을 일으키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홍준표를 겨냥한 목소리다. 비대위원장 김병준은 ‘심판이 선수로 뛰면 안 된다’는 명분에 밀려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황·오·홍 세 사람도 나서지 말라고 했다. 원조 친박이었다가 탄핵 주역이 됐던 김무성도 재기를 노릴 마음이 있으나 역풍 우려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 잠재적 당권 주자들이 서로를 견제하다 보니 갓 입당한 황교안의 피선거권 문제까지 제기한다.

한국당이 당권주자의 출마 명분에 집착하거나 탄력적 적용이 가능한 당헌·당규를 들추는 건 편협하다. 정권을 잡고 있던 웰빙정당 시절엔 모르지만 지금의 극한상황에선 선사후당(先私後黨)하면서 시비를 거는 것처럼 비친다. 작년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은 반 년 넘게 정상적인 당운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는‘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큰 틀에선 박근혜정부 실패와 조기대선 패배로 보수 전체가 2년 동안 비상을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개혁피로감이 생기면서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다음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보수정당의 리더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이라면 배제 대상을 꼽을 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여 선택지를 넓혀야 할 이유가 있다.

당 지도부 선출은 32만 책임당원의 투표(70%)를 국민여론조사(30%)보다 훨씬 많이 반영한다. 전체 국민이 투표하는 총선과 달리 보수 유권자가 선택한다. 한국당은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보수의 구심점이 될 인물이 없어 이 지경이란 말을 핑곗거리로 삼았다. 인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으므로 보수의 울타리에서 찾아야 한다. 해 보겠다는 인물이 많으니 당에 애착을 갖고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들이 투표를 하는 거다. 바닥 당심(黨心)을 얻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힘 있는 주자가 나서면 ‘줄세우기’로 당심이 왜곡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처럼 원내외 당협위원장의 ‘오더’에 따라 움직일 선거인은 많지 않다. 그런 행태가 보수 몰락의 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출마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주자들 외에도 선택지엔 대안이 많다. 어찌보면 인물풍년이다. 거론되는 당 대표 후보만 10명을 넘어 컷오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극기부대를 상징하는 강원의 김진태, 충청권 친박의 대표주자 정우택, 경기권 친이 출신 심재철 같은 다양한 인물군이 포함돼 있다. 대구에선 이명박(특임장관)·박근혜 대통령(정무특보)을 모두 보좌했던 주호영 의원이 어제(27일) 출사표를 던졌다. 주 의원은 대권주자의 줄 세우기와 총선 공천권을 무기로 하는 1인정당화를 막기 위해 관리형 대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주호영 식 리더십을 수용할지를 포함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 한국당 지지자들의 여론도 이번에 확인된다. 32만 선거인단 중 대구·경북의 책임당원이 10만명이다. 거의 3명 중 1명 꼴일뿐만 아니라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최대 승부처다. 모처럼 서문시장이 유력주자들의 발길로 북적대는 이유다. 보수정치가 터닝포인트를 맞은 시점에 지역 보수 유권자들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사실 출마예상자 중 보수정권 실패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은 없다. 그나마 보수재건의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크게 흥행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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