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춘풍 이유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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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  발행일 2019-03-13 제31면   |  수정 2019-03-13

우수·경칩을 지나자 확연히 봄이 무르익고 있다. 쑥 된장국·도다리쑥국을 벌써 맛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개나리도 활짝 피었고 산수유 노란꽃이 도처에서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한두 차례의 꽃샘 추위가 어김없이 올 테지만 때는 춘삼월 호시절, 향기로운 봄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혹독했던 겨울이 언제 있었더냐는 듯 계절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런데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 재미있게도 각 분야의 관점에 따라 저마다 해석이 다르다.

기상학적 관점에서는 기압의 격차에 의해 바람이 분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바람이 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자들의 해석은 좀 다르다. 알에서 깨어난 거미 새끼들을 분가시키기 위해 바람이 분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거미는 한꺼번에 수백마리나 부화하니 그 많은 개체가 한 곳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부화한 거미 새끼들은 때마침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휙휙, 짧게는 수십m, 멀리는 수㎞를 날아가 정착해야만 한다.

시인들의 해석은 역시 낭만적이다. 봄처녀들의 치맛자락을 나부끼게 하기 위해서 바람은 불어줘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들의 시는 또다른 춘풍 이유를 노래하고 있다. 고단한 세상을 사는 삶에 대한 성찰이다. 시인 안수동은 시 ‘바람이 부는 이유’에서 “언제고 부둥켜 안고 가야할/ 내일의 두려움을 날려 버리려/ 그렇게/ 바람은/ 부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읊었다.

나들이나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요즘은 미세먼지가 초봄 생동을 가로막는 훼방꾼이다. 대기가 정체된 날 미세먼지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다들 바람이라도 좀 불어주길 기대한다. 바람이 불면 미세먼지도 바람따라 날아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오염원이 많은 중국쪽에서 오는 서풍보다는 남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남풍이면 좋겠다. 미세먼지는 이제 국가 재난으로 지정될 상황이다. 지난 11일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 13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정부는 이제 미세먼지 피해 복구를 위해 구체적인 시책을 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없이 봄바람은 불게 돼 있다. 꽃가루를 이동시켜 식물의 결실을 돕는 게 봄바람의 사명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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