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맞절2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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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7   |  발행일 2019-03-27 제31면   |  수정 2019-03-27
[박재일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맞절2
논설위원

배우 정우성은 너무 잘생김이 장애물인 경우다. 훤칠한 키에 확실한 이목구비의 남성은 영화 흥행의 기본 요소다. 이런 외모의 신비감도 그러나 연기가 받쳐줘야 한다. 연기 못하는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고문에 가깝다. 얼마전 정우성 주연의 ‘증인’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친구가 ‘잘생긴 장애물’을 극복하고 있구나. 나이의 성숙함이 청춘시절 어설픔을 걷어내고 있다고 할까. 안 그래도 ‘더킹’이나 ‘마담 뺑덕’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영화의 본질은 종종 정치와 비슷하다. 배우의 외모와 연기처럼 정치인도 카리스마와 실력을 버무려 보여줄 때 인정받는다. 넓게 보면 민주사회의 위임된 권력, 즉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에서는 그런 요소를 ‘정통성’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 정통성에다 효율의 실력마저 보여준다면 성공한 정권으로 찬사받는다.

문재인정권을 두 가지 개념으로 평가해보자. 먼저 후자인 효율성이다. 사실 이건 민생 경제다. 국민들은 잘먹고 잘살게 된다면 심지어 그 정권의 정통성마저 눈감아준다. 정통성이 빈약하고 효율성이 높았던 역대 정권이라면 박정희 유신정권을 꼽을 수 있다. 유신의 종말도 부가가치세 도입과 거의 한계에 이른 경제성장이 요인이 됐다는 분석처럼 효율성은 중요하다. 문 정권의 경제성적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대표 브랜드인데 마냥 기다려보자고 한다. 타깃을 모른 채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고 할까. 여기다 일자리는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공무원이나 노인일자리, 단기성 알바를 빼고는 정상 직업이 늘었다는 수치가 없다. 괜히 통계청장만 골탕먹었다. 이유는 추정된다. 정권의 통치철학에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탈원전이나 4대강 보 부수기도 효율성에 보탬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 환경적 미학에 꽂혀 민생을 팽개치는 흔적만 엿보인다.

남은 것이 정통성이다. 문 정권은 ‘촛불’이란 예사롭지 않은 정통성을 갖고 출범했다. 초기 70~80%에 이르는 국정수행 지지도의 바탕이다. 2년전 이 칼럼에서 ‘문재인의 맞절’을 주제로 쓴 적이 있다. 갓 권좌에 오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할 때 허리 숙여 함께 맞절하는 장면들이 인상깊었다. 집권 초기의 겸허함이 담긴 듯했다.

그 정통성도 집권 2년이 다가오면서 흔들린다. 외모의 신비감이 걷히고 있다고 할까. 지지율 하락은 수치에 불과하다. 내용과 질이 문제다. 문 정권의 확고한 정치 슬로건은 적폐 청산이다. 근데 이게 역설적이다. 적폐의 반복 조짐이 있다. 그저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구속을 다투었는데 그 혐의에 등장하는 것이 리스트다. 박근혜정권 몰락의 시발이 적과 아군을 분류하는 리스트였다.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건도 다르지 않다. 박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을 냈던 이른바 댓글 작업이다. 이번에는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무슨 프로그램까지 가동돼 횟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김경수가 봤든 아니든현 정권 출발의 도덕성에 배치된다.

전두환정권은 정통성 부재로 집권내내 시달렸다.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며 집권한 탓이다. 촛불의 화려함으로 정통성을 과시한 문 정권은 스스로 정통성에 흠집낸다.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빨갱이 일제 잔제’ 언급은 생뚱맞다. 대한민국 국체의 정통성에 의구심을 불어넣는 불필요한 논쟁이다. 대통령이 해사 기념식에서 ‘우리 해군은 3군중 최초로 일본이 아닌 우리 힘으로 창군됐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통합과 거리가 먼 차별이 숨어있다. 그래서인지 국방부장관은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도발을 자꾸 ‘남북의 불미스러운 충돌’로 표현을 바꾼다. 남북대화의 절박한 현실이 있다 해도 국토수호의 최전방 장수가 수모스럽게 물러서는 형상이다. 정통성은 어디까지나 헌법이 부여한 대한민국의 국체란 테두리 내에서야 한다. 마침내 집권당 대표는 100년 집권을 공언한다. 한 정권이 100년을 집권한다면, 역사로 보건데 나라가 망하거나 아니면 국민이 바보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연기란 실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외모의 신비감만 걷히고 있다면 성공한 정권이 되기 어렵다. 촛불 정권은 어쩌면 ‘문재인 맞절2’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새로 시작하길 바란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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