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왓칭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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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42면   |  수정 2019-04-19
지하주차장 CCTV가 범죄 도구…일상이 감시
[금주의 영화] 왓칭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엿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된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민간부문 CCTV 설치·운영 실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평균 83회, 9초에 한 번씩 모든 일상이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 상가, 지하보도, 인도, 시장, 교통시설 등은 물론 목욕탕까지 생활 전 영역에 걸쳐 CCTV 운영 또는 녹음 기능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한 영화 ‘왓칭’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CCTV가 역으로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퇴근하던 싱글맘 영우(강예원)는 원인 모를 사고로 지하주차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그녀 앞에는 평소 안면이 있던 회사 경비원 준호(이학주)가 앉아 있다. 정신을 잃은 사이 붉은 드레스로 갈아 입혀진 영우.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자신의 집, 회사, 카페 등 모든 일상이 경비실 안 CCTV 화면에 포착돼 있음을 알게 된 것.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준호가 그동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우는 필사의 탈출을 계획한다.

때로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이 더욱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 ‘왓칭’은 그 공간을 지하주차장으로 재해석했다. 주차된 차들만이 즐비한, 탁 트인 공간이 외려 밀실보다 더 황량한 느낌과 공포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다. 현실에서도 종종 범죄의 공간이 되곤 하는 지하주차장을 CCTV와 결합해 ‘일상 속 감시’라는 영화 속 모티브로 활용한 건 그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머무르기보단 빨리 벗어나고 싶은 지하주차장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 또한 흥미로운 설정과 접근이 가능한 장르적 매력을 갖고 있다.

제한된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치는 스릴러 장르의 장점은 관객에게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감을 유지해야 한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등이 그 좋은 예다. ‘왓칭’은 인물들의 동선을 제한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빌딩을 폐쇄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출구 없는 지하주차장으로 공간을 제한하겠다는 극적 장치인 셈이다. 그 공간에서 두 사람은 쫓고 쫓기기를 반복한다. 전기가 끊겨 어둠에 갇히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통신망까지 차단된 상황에서 영우는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다.

“난 멜로를 찍으려는데 자꾸 호러를 찍자고 하네”라는 극 중 준호의 대사처럼 ‘왓칭’은 긴장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반전까지 스릴러 장르의 기본 문법을 제법 충실히 이행해 나간다. 다만 납득하기 어려운 일부 작위적인 설정과 그로 인한 개연성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안타까운 건 준호의 정체와 납치 동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흥미로운 악인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도감 없이 단편적으로만 그려진 게 못내 아쉽다. 영화는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2007년 작 영화 ‘P2’를 리메이크했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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