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거리 ‘태사로’…할매네 점빵…“이색 콘텐츠로 활력”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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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4   |  발행일 2019-04-24 제12면   |  수정 2019-04-24
안동 중구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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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주민들이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월영장터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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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대학 참가자들이 지역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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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손수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그림애장터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은 신도청 시대를 맞아 ‘원도심 공동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구동 일대는 1990년대 이후 신시가지 조성과 아파트 개발,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 중앙선 복선전철화에 따른 안동역사 이전 예정 등으로 정주 인구가 유출돼 급속한 공동화의 길을 걷고 있다. 또 법원·경찰서·소방서 등 관공서와 버스터미널 등 각종 시설이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도심 상권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최대 8천660여명에 이르던 중구동 인구는 6천여명으로 30%나 줄었다. 남아있는 인구도 노인이 23% 이상을 차지한다. 2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도 76%나 되고 공·폐가도 70여채에 이른다. 사업체 수는 8% 이상 줄어들었다. 쇠퇴 속도와 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 이에 안동시는 신시가지로의 인구·경제 유출을 막기 위해 대대적 도시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6∼2020년 203억원을 들여 중구동 일대 36만6천㎡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원도심 재생사업이다. 달동네를 관광지로 재탄생시키는 등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市, 2020년까지 재생사업 추진
침체된 도심 관광지로 변신 중

중구동일대 유·무형 자산 많아
웅부문화공원·옥정동 한옥마을
태사묘와 연계한 고려의 거리엔
조형물·포토존 설치 관광객 늘어
하반기부터는 고려의복 체험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준비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로 성과
市, 도시재생대학운영 사업추진


◆중구동 도시재생 중심축 ‘태사로’

중구동 일대는 지역 문화유산 등 유·무형 자산과 잠재력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신 중이다. 이 곳엔 고려 개국공신의 충절과 끈기를 보여주는 ‘태사묘’가 있다. 옛 안동의 역사·문화의 중심지였던 ‘웅부문화공원’, 130여채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옥정동 한옥마을’, 아무도 찾지 않던 구석지고 허름한 마을에서 벽화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사람이 찾고 있는 ‘성진골 벽화마을’ 등은 도시재생의 시발점이자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마을들은 태사묘에서 독립운동의 성지인 임청각으로 이어지는 도로인 ‘태사로’로 연결돼 있다. 안동시는 태사로를 도시재생의 중심축으로 삼아 발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시대 유물 등이 있는 태사묘와 연계한 ‘고려의 거리’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개발한다. ‘고려의 거리’란 콘셉트에 걸맞게 거리 곳곳에 차전놀이·놋다리 밟기 등 고려시대를 테마로 한 조형물과 포토존을 설치해 안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거리로 만든다.

하반기부터는 고려의복·한복 체험, 전통놀이 체험 등 방문객이 스쳐지나가지 않고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보행자 통행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일방통행로·마을주차장을 조성하고, 보행자 전용도로 등 보행친화적 도로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스쳐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중구동 일대 도시재생의 핵심은 스쳐가는 마을이 아니라 관광객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관광객이 머물러 쉬면서 각종 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 복잡한 골목을 더욱 복잡하게 하던 전주·전선을 지중화하는 것은 물론 담장낮추기·골목길 가꾸기를 통해 태사로에서 관광객의 접근이 쉽게 이뤄지게 할 계획이다.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주거환경 정비도 함께 이뤄진다. 성진골 벽화마을은 한때 회차지가 없어 택시운전사가 운행을 꺼렸을 정도였다. 화가들이 201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한적한 달동네 담벼락에 그림을 입히고,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주민장터 등 행사가 SNS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외지인이 즐겨 찾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화가 퇴색하는 등 문제가 생겼지만 새로운 볼거리도 조성했다. 지난해 초엔 벽화마을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할매네 점빵’이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물품과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할매커피·식혜 등 음료도 판매해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말부터 마을 내 방송시설을 갖춰 관광객이 신청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마을 홍보도 펼치는 ‘벽화마을 방송국’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주민·관광객 안전을 위한 가로등·CCTV 설치 등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한 안전안심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된다. 주민들 모임 장소이자 짚풀공예·꽃차·손두부 등 마을공동사업을 위한 벽화마을 공방조성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그림애 문화마을 등 협동조합과 마을기업(가마솥 손두부)을 활용한 그림애 문화장터 등 관광객·주민이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도 조성된다. 한편 신세동 벽화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그림애문화마을협의회는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지역문화진흥원이 지원하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지역협력네트워크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방치된 건물 ‘청년창업공간’으로

방치된 건물들은 청년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안동시는 경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일원에 방치된 건물들을 사들인 뒤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창업지원공간 조성 및 인큐베이팅 추진 전략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건물 매입·리모델링 등 물리적인 사업을 시행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지역을 청년 창업의 메카로 조성해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과 창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만든다는 게 안동시 복안이다.

또 창업이 필요한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 분야에 적합한 지원기관과 연계시킨다.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 적합한 기관들과 연계시켜 지속가능한 창업으로 지원한다. 경북콘텐츠미디어랩 등 문화산업 관련 창업기관인 경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경북도 북부지역 창업지원센터, 그리고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조직 등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는 지역사회경제적 허브센터 등 인근에 위치한 창업 관련 기관들과의 연계를 통해 창업에서 육성까지 책임진다.

저녁 이후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음식의 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통행이 불편한 문화광장길과 음식의 거리에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보하고 가로시설 조명사업, 포토존 등을 설치한다. 또 ‘웅부에 오면’ 등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음식의 거리를 찾는 시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방관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위해선 주민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안동시는 원활한 주민참여를 위해 2016년부터 안동시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행정과 주민의 소통 가교역할을 하는 중간조직이다. 이덕승 센터장과 이강희 총괄코디네이터, 민속의 길 강점용 대표를 비롯한 5명의 마을대표와 5명의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안동시 도시재생부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총괄코디네이터, 각 마을대표(민속의 길·한옥마을·벽화마을·음식의 거리·문화의 거리), 활동가 등이 참석해 한 주간 활동 상황과 추진 과정을 논의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사항에 대한 홍보와 주민 의견을 서로 격의없이 전달하고, 해결 가능한 것은 바로 해결하는 등 주민과 행정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안동시는 도시재생에 있어서 주민 참여를 높이고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해 해마다 50~8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해 도시재생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재생 소식지를 분기별로 발간하고 있다. 해마다 1~2회씩 주민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도시재생 박람회와 도시재생사업 선진지를 견학해 중구동 도시재생의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이덕승 센터장은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한 지역의 주민들이 합심해 그 지역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좋은 안을 도출하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도출된 안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업으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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