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어제의 비, 내일의 비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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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0   |  발행일 2019-09-10 제31면   |  수정 2019-09-10

“너무 걱정하며 살지 말 걸 그랬다.” 65세 이상 미국 노인들이 일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된다는 부분이다. 미국 뉴욕의 코넬대 노인학자였던 칼 필레머(Karl Pillemer) 교수가 2004년부터 몇년간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 1천500명을 인터뷰해서 얻은 조사 결과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노인들은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면서 산 게 가장 후회된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흔히 우리가 예상하기 쉬운 ‘사업 실패’나 ‘큰 실수’ ‘타인에게 입힌 피해’ ‘알코올·도박 중독’이라는 답변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조바심하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사는 것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우침을 미국 노인들의 답변에서 얻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여러 신들이 나온다. 그 여러 신 중에서 근심의 신 ‘쿠라’가 지배하는 한 인간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체없는 걱정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막연한 두려움을 미리 예상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일은 일어나더라도 내 힘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의 실체를 파악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먼저 단기 목표를 정한 뒤 해결책을 실행하는 게 현명한 처신이다.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걱정거리를 해소하라는 주문이다.

때로는 ‘걱정거리를 그냥 넘겨버리라’는 충고도 새겨들을 만하다. 누군가가 손해를 입히고 맘을 상하게 했더라도 그냥 무대응으로 무시해 버리라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되갚아 줄지를 고민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이는 마치 악취나는 도시락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것과 같다는 충고가 유효하다.

이 대목에서 ‘어제의 비로 오늘 옷을 적시지 말고, 내일의 비에 대비해 오늘 우산을 펴지도 말라’는 금언이 적절히 대입된다. 어제는 지나간 어제일 뿐인데 어제의 괴로운 일로 오늘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은 통렬하다. 또한 오지도 않은 내일을 위해서 미리 우산을 펴고 있어서도 안된다. 우산을 준비하고 있되 비가 오면 그때 펴는 게 맞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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