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계부가 걱정됩니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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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30   |  발행일 2020-01-30 제29면   |  수정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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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맘때 가정이나 기업에서는 전년도 가계부나 장부를 마감하고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올해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해로 연초부터 선거 관련 뉴스가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가계와 기업의 결산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살림살이도 한번쯤 살펴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살림살이, 즉 재정건전성은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로 알아 볼 수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예산의 일반 회계와 특별회계 및 공공기금을 모두 재정의 범위에 포함해 총수입액에서 총지출액을 차감한 수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수지에서 국민연금 기금, 사학연금 기금, 산재보험 기금, 고용보험 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재정건전성 지표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의 누적 총수입액은 435조4천억원, 총지출액은 443조3천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총수입액에서 총지출액을 차감하면 7조9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도 지난해 1~11월에 45조6천억원을 기록해 월간 통계가 공표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다.

우리나라 정부의 총수입은 국세수입이 약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1~11월의 국세수입은 276조6천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3조3천억원이 감소했다. 정부의 목표 세수 대비 실제 세수의 비율인 세수진도율이 2018년보다 1.5%포인트 하락한 93.8%를 기록했다. 주요세목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1조1천억원 및 5천억원 감소했으며, 법인세는 1조1천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정부예산은 512조3천억원으로 전년대비 42조7천억원 늘어 9.1%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에서는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에 해당하는 재정증권 49조원을 발행, 역대 최대 규모였다. 재정증권은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유가증권의 하나로 국고금 출납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충당하기 위한 유가증권이어서 반드시 연내 상환해야 한다.

올해 국고보조금 중 의무지출 규모는 36조4천666억원으로 재량지출은 46조6천602억원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 의무지출 증가는 정부의 재정여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의무지출은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 법률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어서 정부가 임의로 재정지출을 줄일 수 없는 고착화된 구조다.

물론 이러한 지출은 당면한 저출산·고령화·복지·경제 등을 위해 필요한 지출이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수입구조는 세금 이외의 다른 수입원이 미약하므로 세금에 의존해야 하는 제로섬이다. 누군가의 세금으로 정부지출을 충당해야 하는 세금 의존형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704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2조8천억원이 증가됐다. 필자가 기고문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의 국가채무시계는 731조3천121억원으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천410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는 정부의 국가채무 전망을 기반으로 한 수치이므로 실제 국가채무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국가채무의 증가세는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쥐띠 해인 경자년에는 쥐의 영리함으로 국가재정 건전성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인 가족인 필자의 가계부에 국가채무 1억원을 부채로 기록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김영락 (계명문화대 세무회계정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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