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강필석·강지혜씨를 통해 들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 박주희
  • |
  • 입력 2020-02-05   |  발행일 2020-02-06 제23면   |  수정 2020-02-06
"클래식한 감동과 단순한 무대 전환 인상적"
2020020501000184600007041
클래식한 힐링 뮤지컬 '키다리아저씨'가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이다. 제르비스 역을 맡은 배우 강필석. <파워포엠 제공>


ING05227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키다리아저씨'에서 제루샤 역을 맡은 배우 강지혜. <파워포엠 제공>

편지를 읽는다. 편지의 발랄하고 당차고 유머러스한 문장이 귀를 두드린다. 거기에는 따뜻함과 진솔함, 감동과 진중함이 묻어 있다. 그렇게 편지를 매개로 두 사람은 웃고 울고 성장하고 사랑한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내내 편지를 듣는 무대다. 고아 소녀 '제루샤 애봇'과 그녀의 대학 진학을 후원하며 독립적인 여성으로 커갈 수 있게 돕는 키다리아저씨 '제르비스 펜들턴'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다. 객석은 미소와 눈물로 이들을 응원하며 위로받는다.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두 명의 배우가 오롯이 이끌어가는 혼성 2인극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게 마음을 울린다. 진 웹스터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의 섬세한 연출과 세계적인 작곡가 폴 고든의 서정적인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내 프로덕션에서는 박소영 연출과 주소연 음악감독이 함께 호흡을 맞춰 2016년 초연 이후 관객과 평단의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봉산문화회관 배우 대기실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의 두 배우 강필석(제르비스 역)과 강지혜(제루샤 역)씨는 "이 뮤지컬의 힘은 뭐니뭐니해도 원작과 대본이다. 대본을 보면 어느 배우라도 하고 싶은 작품일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지혜씨는 "무대 위에서 흔들리거나 '내가 잘 하고 있나' 의심이 들더라도 대사 전달만 잘하면 극은 잘 흘러가게 돼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대본이 짜임새 있고 완전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뮤지컬은 여주인공 제루샤의 대사가 많고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여배우의 부담이 큰 작품이다. 강지혜씨는 "이번이 세번째 공연인데 역할이 커서 부담스럽고 걱정되지만, 그래도 올해는 제일 재미있고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제르비스 역을 맡은 강필석씨는 "초연 때부터 제의가 들어왔는데 계속 스케줄이 안돼 '이 작품과는 인연이 아닌가'보다 했는데 이번에 하게 됐다"면서 "제르비스는 제루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제루샤를 잘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이 관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매력 포인트에 대해 두 배우는 넘버와 무대 세트를 꼽았다.
강필석씨는 "3인조(기타, 첼로, 피아노) 밴드의 음악이 너무 좋다. 넘버가 드라마와 잘 맞물려 있어서 감정을 극대화시켜주고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며 클래식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지혜씨는 "무대가 화려하지도 않고, 넓지도 않다. 트렁크 가방들을 옮기며 무대 공간을 다르고 깔끔하게 표현한다. 트렁크 가방이 침대나 책상이 되고 산이 되기도 한다"면서 "락윌로우(LOCK WILLOW) 농장에 갈 때 문을 열면 빛이 들어온다. 무대 전환이 크게 되지 않고 단순한 변화인데도 확 다른 느낌을 주는 무대 세트가 정말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은 것은 "모든 행동은 의무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는 거죠"와 "행복의 비밀은 현재를 살기".
강지혜씨는 "'모든 행동은 의무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는 거죠'는 제루샤가 가지고 있는 성향, 생각, 가치관이 잘 드러난 대사라고 생각한다. 제루샤가 받은 사랑을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후원자가 되면서 확장시키는 것도 이 가치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강필석씨는 "'행복의 비밀은 현재를 살기'라는 '행복의 비밀'이라는 넘버의 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 넘버는 제루샤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이자, 제루샤의 가치관을 편지로 읽으면서 제르비스가 '행복은 별 게 아니라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게 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강필석씨는 "각박해진 세상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받고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면서 "'기억하나요,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저희 뮤지컬 수식 문구처럼, 모두에게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누군가의 조건없는 사랑을 다루고 함께 성장해가는 작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강지혜씨도 "'키다리아저씨'는 남녀 관계가 아니라도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공연을 하면서 내 옆에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