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허송세월 보낸 포항음식물쓰레기 행정…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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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20:31  |  수정 2020-02-13 20:43  |  발행일 2020-02-14 제7면

【포항】 '7월 포항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불가피(영남일보 2월13일자 9면 보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는 6월 음식물쓰레기 처리 종료 시점에 앞서 수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결국 허송세월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역구 주민의 눈치만 살피고 신규 시설 부지 선정에 미온적이었던 포항시의회의 태도와 이런 시의회에 끌려다닌 포항시의 결단력 부재가 음식물쓰레기 대란 가능성을 커지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동안 포항 전역의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처리를 도맡아 온 영산만산업과 포항시 간 대행계약은 오는 6월30일 만료된다. 포항시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새로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설치돼 시험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외지 업체에 처리를 맡겨야 할 처지다. 새로운 시설이 빨라야 2023년쯤 조성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민 수렴 과정을 거치면 2023년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시설을 짓기에 앞서 사실상 9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앞서 6대 포항시의회(2006~2010년)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독점하던 영산만산업에 대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영산만산업은 2000년 민간직접투자(BOO) 방식으로 포항 음식물쓰레기 처리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포항시는 자체적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나서면서 관련시설을 건립·운영했으나 잦은 기계 고장 등으로 포기했다. 이에 시는 기술력이 앞선 영산만산업에 음식물쓰레기를 맡겼다.
그러나 포항시가 맺은 계약에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의회는 영산만산업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7월 법원은 조정을 통해 무상 사용 허가기간을 '20년'이 되는 2020년 6월30일까지로 정했다. 이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폐수처리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2013년 11월 법원 판결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포항시는 2014년부터 신규 시설 건립 절차에 속도를 냈어야 했다. 하지만 매번 포항시의회의 제동에 걸렸다. 포항시의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추진 경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용역을 통해 최적 후보지 등을 결정해 시의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포항시의회 해당 위원회가 시민공론화가 우선이라는 이유 등으로 보고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포항시는 신규 시설 건립을 수차례 의회에 보고 했으나 시의회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입지 후보지를 모집할 수 있는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처럼 포항시의회가 신규 시설 설치에 소극적인 데에는 차기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신규 시설이 들어서는 포항 내 어느 곳이든 주민 반발이 예상되고, 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하면 결국 해당 지역 시의원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는 것. 


또한 음식물쓰레기 등 청소 행정 담당자도 민원이 잇따르는 부서에 오래 머물지 않으면서 전문적인 안목을 키울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책임 회피가 포항시의회 제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다. 한 시민은 "포항시의회는 동네 주민의 대표가 아닌 52만명의 시민대표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결단력을 내려야 한다"며 "포항시도 민원 소지가 많은 부서에 대해서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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