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누가 과학을 두려워하는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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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4 07:46  |  수정 2020-02-24 07:49  |  발행일 2020-02-2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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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들이 프로 바둑 기사들에게 연전연승하지만 왜 그런 수를 선택하게 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연구해서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단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할 답들도 그럴 것이다.

예전에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도구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그러나 두려워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불'의 예에서 우리가 앞으로 과학과 새로운 사실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누가 불을 두려워하는가? 당연히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애버리는 무서운 존재인 불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100만 년 전 호모에렉투스 때부터로 추정된다. 불의 성질을 이해하는 단계를 거친 후, 불을 다루는 기술은 40만년 전쯤에 가능했으며, 4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면 부싯돌로 불을 만드는 데 성공했던 것 같다.

산불이 나면 다른 동물과 같이 쫓겨 다니던 누군가가 처음으로 무서운 재앙의 현장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가보았을 것이다. 호기심이 두려움보다 더 컸던 그는 불탄 동물을 먹어 보고, 타다 남은 작은 불꽃에 다가가 무섭지 않은 불도 만났을 것이다. 불에 마른 나무를 조금씩만 주면 얌전하다거나 흙은 타지 않으며 바람을 타고 커지기도 한다는 등의 속성을 이해하기까지 수십만 년이 걸렸다. 그 와중에도 불의 따뜻함과 밝음, 다른 짐승을 쫓아내는 기능, 음식을 익히는 기능을 활용했다. 두렵지만 사용은 한 것이다. 불을 두려워하기만 했다면 인간은 야생의 유인원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다가올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어 두렵고 설렌다. 그것들은 아마도 인간의 가치나 직업의 개념, 생존의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불을 두려워하면서도 사용했듯이 이러한 것들도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인류와 과학을 가만히 있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낫다.

불에 대해 그러했듯이 인공지능, 온난화, 에이즈, 자율주행, 방사능, 유전자변형, 코로나19, 생태계 같은 용어에 익숙해지고 그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해갈 때, 과학이 가져올 세상은 평화와 번영의 모습일 것이다. 두려워하고 거부하거나 무작정 받들고 따라간다면 과학은 인간과 지구에 공포와 괴로움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우리는 과학을 두려워해야 하며 동시에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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