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 보살피며 늦깎이 공부 "자격증 14개…인생은 도전의 연속"

  • 이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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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6   |  발행일 2020-02-26 제15면   |  수정 2020-02-26
■ 청도군 운문면 이철우씨
초졸 후 객지서 일하다 귀향
검정고시로 중·고과정 마쳐
대졸 후 자격증 도전 '향학열'

청도
청도 운문면 옹강산 기슭 표고버섯 재배지에서 이철우씨가 참나무 버섯재배목을 손보고 있다.

"물은 아래로만 흐르지만 사랑과 봉사는 어디든지 닿아 가지요."

칠순을 바라보는 이철우씨(69)가 취재를 사절하며 겸연쩍게 한 말이다. 이씨가 사는 청도군 운문면 오진리는 30가구(40명)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다. 주민의 반 이상이 80대 이상의 초고령 마을이다.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그들의 고충을 헤아리는 이씨. 노인들을 대신해 사소한 심부름뿐 아니라 마을의 대소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갑자기 편찮을 때는 외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연락을 하고, 7㎞ 이상 떨어진 약국에 가 약을 사오기도 한다.

서인순 할머니(94)를 비롯한 동네 어르신들은 멀리 나가있는 자식과 손자보다 더 고맙고 감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빈농의 3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객지에 나가 공사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1970년에 연로한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귀향했다. 42세에 운문농협 조합장으로 당선돼 지역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발전에 헌신하기도 했다.

1998년 조합장을 퇴직한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늦깎이 공부에 도전하기도 했다. 중·고등 학력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해 2011년 호산대 복지과를 졸업했다.

그는 또 대학 졸업장을 비롯해 사회복지사, 산림기능사, 건설기계굴착기능사 등 14개의 자격증과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어 자격증 달인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 있다. 또한 1년 전부터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1급에 도전하기도 해 요즘도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그에게는 아픔도 있다. 2005년 10월에 사랑하는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다. 아내와의 못다 한 사랑과 아쉬움에서 지은 자작시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

"해가 떨어지니 운문호는 더욱 푸른데, 구름 옮겨 가니 물은 더욱 맑아라. 시위 떠난 화살처럼 다시 오지 않는 무정한 사람아. 저문 호수에 비친 내 그림자 서러워, 물결마저 밀려 흩어져 가누나."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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