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대 총선을 활사개공(活私開公) 장으로

  • 전영
  • |
  • 입력 2020-03-13   |  발행일 2020-03-13 제21면   |  수정 2020-03-13

장우영교수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는 비상한 시국에도 시계바늘은 무심히 21대 총선을 향해 잰걸음을 놓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연기론이 이해될 법도 하지만 현 국회의원의 임기를 감안하면 입법부의 공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21대 국회가 순조롭게 구성돼 정부와 협치를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것이 순리적일 것이다. 나아가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역력히 보여주는 현 상황을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선거과정에서 이 난국에 대응하는 정책적 책임성과 개선방안을 쟁론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정치도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안보는 곧 국가안보를 뜻했다. 적어도 전쟁과 극단의 이념으로부터 국가가 존립해야 개인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점차 삶의 위협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구온난화·지진·쓰나미와 같은 자연재난과 사람이 일으키는 각종 인재·인권 파괴·질병 등 사회적 재난도 일상적인 위협들이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설마 이러한 재난이 나에게 닥치겠냐는 무지가 깨지면서 안보는 국가를 넘어 개인의 삶으로 발을 들였다.

1994년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인간안보를 개념화한 것이 이러한 연유이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유럽의 지도를 바꾸었다.

그리고 2000년대 문명사회의 또 다른 전염병들이 인간과 국가의 안보에 어떤 비극적인 후과를 안겨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주요 선거에서 북핵이나 천안함 사건 같은 국가안보 이슈가 빠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 지난 6회 지방선거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참담한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21대 총선의 목전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또 다른 사회적 재난을 목도하고 있다.

이 모두 무력한 인간안보의 위기 현상들로 국가와 정치집단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이슈들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인간안보의 주체라는 점에서 이 이슈는 더욱 엄중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민이 국가에 모든 것을 바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넘어 국가가 국민을 활력 있게 살리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장이 21대 총선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위기에서 됨됨이를 알아보는 법이다. 이 재난의 국면에서 누가 정의와 민생을 살리는 공약을 내거는지 매의 눈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가 아닌, 실현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해야 한다. 또 선거일 후에는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의 이행상황을 지켜보고 다음 선거에서 다시 평가해야 한다.

1표 차로 나치당의 당수가 된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 됐다는 역사를 상기할 일이다. 그리고 그 투표권을 얻기 위해 세계의 수많은 민초들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잃었는지도 되새길 일이다.

그렇다면 21대 총선에서 내가 던지는 한 표의 가치는 과연 값을 매길 수 있을 것인가.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