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공천 파동·與 비례당 억지, 어쩌다 이토록 막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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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4   |  발행일 2020-03-14 제23면   |  수정 2020-03-14

정치권의 오만과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미래통합당의 막장 공천은 결국 공천관리위원장 사퇴로 이어졌다. 사퇴는 했지만, 당은 아직 야단법석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못잖다. 그렇게 욕하던 비례당을 만들겠다고 돌변했다. 유구무언이 마땅하지만, 조국 사태에 이어 또다시 명분을 헌신짝 버리듯 했으니 한마디 변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같이 국민은 안중에 없다. 이런 막장 행태를 계속하다가는 언젠가 정치권 전체가 엄중한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국민이 모를 것 같은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12일 통합당 최고위원회가 공천 '재의'를 요구했는데, 공관위가 시늉만 냈다. 민심이 들끓었다. 텃밭 대구경북민의 분노가 더 컸다. TK공천에 수많은 재심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 조정했다. 민심을 읽지 못한 건가 아예 무시한 것인가. 홍준표 전 대표가 갑자기 대구출마를 선언하고 현역의원들의 무소속 출마가 줄 잇는 혼돈에 빠졌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책임지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공관위가 쏟은 물을 주워 담을 것인가, 대충 닦고 말 것인가.

민주당이 13일 비례정당 참여를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통합당 반칙에 반칙으로 대응한 것은 잘못이다. 선거 때까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극심해질 게 뻔하다. 국민조차 그런 막장으로 내몰다니, 책임 있는 정당이 할 짓 아니다. 국민은 생전 처음 지역후보 없는 비례정당, 비례후보 없는 정당후보에 투표하는 해괴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

통합당은 공관위원장까지 사퇴했으니 막장 공천 지역을 보다 폭넓게 재심의하는 게 옳다. 내리꽂기 공천으로 무시당한 유권자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한다. 모든 꼼수 비례당 작태는 즉각 멈춰야 한다. 민주니 정의니 개혁이니 한 건 모두 헛말이었던가.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회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 보호받을 권리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정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비굴한 정치다. 정당은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고 유지하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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