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사상 초유와 관례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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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6   |  발행일 2020-03-16 제26면   |  수정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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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출기업과 우수기술기업, 창업기업, 영세자영업자의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기관이 일정 한도에서 100% 보증을 선다. 또 신규보증 기준등급 및 보증한도가 대폭 완화되고 올해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 보증전액이 만기연장된다. 정부는 이 같은 신용보증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키로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 중 일부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은행과 백화점이 문을 닫고, 학교가 개학을 연기했다. 성당과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들은 감염 방지라는 이유로 집회를 미루고 있다. 또한 많은 직장인들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모습을 두고 '사상 초유'라거나 '6·25전쟁 이후 처음'이라는 표현을 쓰고 많은 이들이 동의를 표한다. 실제로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거의 개점휴업상태가 됐고, 중소기업들은 판매 감소와 원도급업체의 주문 지연으로 한계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자 정부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이나 중소기업 특례보증, 저임금 노동자 보조금 지원,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는 이런 대책들이 과거의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증재단과 같은 일선 기관의 업무처리량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지원자금 병목현상만 발생시켰다. 그런가 하면 심사 단계 감소와 심사 기관 다양화, 인력 확충이라는 부분에서는 전례도 따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증요건 역시 성장가능성이란 지속성과 같은 평시의 잣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전대미문'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해결방법은 아직까지 외환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에 멈춰 있다.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재난기본소득도 그 일례다.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도 해본 경험이 없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다. '전례'없는 상황에서 '전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안정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이 같은 영세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빈곤층을 위한 획기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전례'가 없는 상황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홍석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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