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긴축한다며 늘 문화예술 먼저 타깃 삼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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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  발행일 2020-03-27 제23면   |  수정 2020-03-27

대구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생계자금 등 추가경정예산 마련을 위해 올해 축제·행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151억원 예산 중 무려 97억원을 깎았다. 이로 인해 대표 문화축제와 행사가 아예 취소되거나 예산이 크게 줄어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참여형 축제인 대구컬러풀축제는 취소됐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구국제뮤지컬축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예산의 50% 이상이 삭감돼 반쪽행사로 치러진다. 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대구시가 경북도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구경북관광의 해'도 사실상 폐기해야 할 지경이다. 한마디로 초토화된 상태다.

대구시가 엄청난 규모의 추경 마련을 위해 예산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시민을 도와주려는 조치에 대해 무슨 반대를 하겠는가. 하지만 축제·행사가 줄줄이 취소·축소되면서 이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예술인의 고통 또한 크다. 지난달 18일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 뒤부터 지역예술계는 개점 휴업상태다. 공연장·전시장이 휴관에 들어갔고 문화센터 강의, 방과후 학교 수업도 딱 끊겨 버렸다. '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로 인해 지역 문화예술계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문화예술 기반마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예술인만이 아니다. 대규모 행사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축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행사기획·인쇄·광고사를 비롯해 음식점·숙박업소 등의 타격도 만만찮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창작활동에 매진했던 예술인은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예술인에 대한 생계 대책 없이 축제·행사마저 취소해 버리면 이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마지막 동력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추경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에 수긍이 가면서도 축제·행사 예산 삭감을 신중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 긴축 대상에서 늘 문화예술이 우선순위가 된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이들 또한 당당한 대구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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